사회 과학 Social Sciences/심리 Psychology

사회심리학, Social psychology

Jobs9 2024. 1. 31.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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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社會心理學, Social psychology)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상황, 즉 사회적 상황하에서 개인이 보이는 심적 과정을 연구하는 심리학의 한 갈래이다.

국내에서는 사회(社會)라는 단어가 갖는 거시적 특성 때문인지 집단, 공동체, 시사 이슈, 대중, 공중 같은 복잡성이 큰 주제만을 주로 떠올리지만, 서구에서는 개인주의 성향이 있어서인지 사회적 상황이라고 하면 일단 배우자와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같은 것부터 생각하고 들어간다. 즉, 우리나라에서 상상하는 "social" 은 사실 서구의 "public" 에 더 가깝다. 사회심리학이 그런 걸 다루지 않는 건 결코 아니나, 대인관계 심리학이라고 이해되는 주제 역시 사회심리학의 핵심적 영역이다. 

사회심리학의 주제들은 분석수준에 따라서 두 가지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자기조절이나 목표추구, 정체성과 같이 미시적인 주제는 심리학적 사회심리학(psychological social psychology)이라고도 하며, 집단이나 체제, 정치적 이념 같은 거시적인 주제는 사회학적 사회심리학(sociological social psychology)이라고도 하는데, 이 두 가지 모두에 능수능란한 연구자들이 이 바닥의 탑클래스로 올라간다. 

또 다른 방식의 주제 분류를 하자면, 크게 보아 사회적 인지(social cognition) 연구 흐름과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 연구 흐름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간혹 논자에 따라서는 전자를 환원주의적 관점(reductionistic view)으로, 후자를 비-환원주의적 관점(non-reductionistic view)로 구분하기도 한다. 거칠게 설명하면 "인지심리학의 관점에서 본 사회현상 연구자들"과 "인지심리학으로 환원할 수 없는 집단심리학을 주장하는 연구자들" 의 구도로 정리할 수 있는데, 이를 좀 더 제대로 이해하려면 하단의 사회심리학의 연구 역사에 대한 서술을 함께 보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두 연구자들이 꼭 대립되는 것은 아니라서, 예컨대 Operario & Fiske(1999)는 《Social Identity and Social Cognition》 핸드북에 기고한 글에서 두 조망이 서로 통합될 수 있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해외 원서들은 많이 있지만 국내에 번역된 책은 많지 않다. 그래도 개론서를 집필한 것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마이어스가 지난 2014년에 사회심리학 원론서를 집필했고 국내에도 2015년 1월에 번역되었으니 그나마 다행. 

연구부정행위가 저질러진 흑역사

디데리크 슈타펠(D.Stapel)이 쓴 논문 중 무려 55개(!)가 주작인 걸로 밝혀졌고, 피인용수가 많게는 100~170회, 총 인용수는 2,000회(!!)에 달하는 상황에서 그 모든 연구가 죄다 물거품이 되었던 것. 이 일로 인해 이 분야는 엄청난 상처를 입고 일시 주저앉았을 정도였다.

유명 저널로 미국심리학회(APA)에서 발간하는≪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JPSP)가 있고, 그 외에 Elsevier에서 출판하는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JESP)나 SAGEPUB에서 발간하는《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PSPB), 《Group Process and Intergroup Relations》(GPIR) 등이 거론된다. 유럽권 연구자들의 논의에까지 관심이 있다면 더 읽어야 하고, 《Human Relations》 같은 대인관계 저널까지 합치면 더더욱 늘어난다. JPSP가 학계의 꼰대(...) 이미지가 생길 만큼 새로운 발견이나 방법론에 보수적인 탓에 젊은 연구자들 사이에선 JESP가 인기가 많다. 이쪽에선 생전 듣도보도 못한 통계패키지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광학장비 측정 같은 희한하고 파격적인 시도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바이오 규제과학과 함께 최근 떠오르는 분야로 각종 일본에 대학에는 종합 인간학과가 설치되어 있고 국내 여러 대학에선 인간공학/HCI 연구실이 설치되어 있다. 

 

 

 

사회심리학 개론

 

인간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 중 하나는 인간이 고도로 복잡한 사회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동물들의 경우 개체의 복잡성이 커질수록 집단의 복잡성은 낮아지지만, 오직 인간만이 예외로서 오히려 단순한 개미보다 더 복잡한 협동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 동물들 중 초사회적(ultrasocial)이라 불리는 동물이 다 4종류가 있는데, 막시류와 흰개미, 벌거숭이두더지쥐 등 어떤 동물들보다도 인간이 가장 복잡한 사회를 이루고 있다. 

 

기존의 심리학이 다루는 성격, 정서, 신경계 등도 물론 인간의 행동에 중요하지만,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다양한 사회적 상황은 다양한 반응을 요구하기 때문에 인간의 행동은 개인적 특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상황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이처럼 사람의 행동에서 개인, 상황, 개인-상황의 상호작용이 주는 영향을 다루는 과학이 사회심리학(social pyschology)이다. 국내에서는 사회(社會)라는 단어가 갖는 거시적 특성 때문인지 집단, 공동체, 시사 이슈, 대중, 공중 같은 복잡성이 큰 주제만을 주로 떠올리지만, 서구에서는 개인주의 성향이 있어서인지 사회적 상황이라고 하면 일단 배우자와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같은 것부터 생각하고 들어간다.  

 

 

나와 사회

사회심리학의 중요한 세 주제는 나, 사회, 그리고 둘의 상호작용이다. 사회심리학의 목표는 개인, 상황, 개인-상황 간 상호작용이 인간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이들을 어느정도 정의할 필요가 있겠다.

 

사회심리학에서는 개인(person)을 사회적 관점에서 보며, 마르크시즘과 비슷하게 개인의 내적 특성도 사회적 맥락에서 형성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사회를 이해하는 것만큼 개인을 이해하는 일도 사회심리학에서 중요하다. 왜냐하면 근원이 어찌됬든 개인의 특성은 다시 사회적 맥락을 구성하고 선택하여 사회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사회심리학에서는 개인을 특정 집단의 구성원, 문화의 재생산자, 사회적 환경 내에서 개인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구성하는 사회적 지각자,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서 일관성을 추구하는 존재로 본다. 

 

개인도 중요하지만 사회심리학에서의 중요도를 보자면 사회적 상황(social situation)이 더 중요할 것이다. 사회적 상황은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외부환경(인문적)을 뜻하는 말로, 좁게는 가족,지인,당면한 상황에서 넓게는 해당 사회 전체를 포괄한다. 또한 사회적 상황은 실제 일어난 사건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기대나 머릿속으로 상상한 관계적 사건도 포함한다. 사회적 상황에서 개인은 가족에서 이방인까지 다양한 사람과 마주치며, 사회적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은 만남까지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 사회적 상황은 규범과 문화의 형태로도 작용하지만, 특히 타인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많다. 타인의 존재는 특정한 행동을 촉발할 수 있고 수가 군중 단위로 늘어날 경우 영향이 질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이때 상황에서 오는 이런 영향을 행동유도성(affordance)이라 부른다.

 

분산분석을 할때 교호작용을 주의깊게 보듯이 사회심리학에서도 개인과 사회적 상황 간의 상호작용(person X situation interaction)을 눈여겨 봐야한다. 왜냐하면 사회적 상황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행동은 개인과 상황이 더해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 둘의 상호작용은 단순히 상황에 던져진 개인과는 다르게 작용한다. 가령 어떤 개인은 스스로 상황을 선택할 수 있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수영장에서 물에 빠졌을 경우의 행동을 우리는 쉽게 볼 수 없는데, 왜냐하면 그런 사람은 아예 수영장에 안가기 때문이다. 반면 특수부대는 수영이나 기타 육체적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개인을 아예 배제한다. 이는 상황이 개인을 거부하는 예이다. 또한 상황이 같은 개인에게 작용하더라도 점화를 통해 무의식에 영향을 준다면 영향을 더 은밀하면서 더 강하게 줄 수 있다. 

 

개인이 상황을, 상황이 개인을 통제하는 사례는 매우 많다. 게다가 많은 개인은 자신이 속하는 사회에서 사회화를 겪기 때문에 상황의 압력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개신교 장례식에서 목례를 해야 하는 상황은 개신교 신자와 아닌 사람의 행동을 다르게 할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고려해야 할 사항은 모든 인간이 주관적 현실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주관적 현실을 통해 현실을 바라보기 때문에 자신의 관점을 무엇을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할때 사회적 행동은 그것을 이루는 두 기둥뿐만 아니라, 기둥이 받치는 지붕도 보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심리학의 연구주제

사회심리학은 매우 방대한 영역을 다루고 있다. 사회심리학은 개인과 집단을 같이 연구하며, 정치,사회,종교도 연구한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사회심리학에서 핫하거나 다른 하위분야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주제가 개인, 관계, 집단 이렇게 3개가 있다.

 

개인

위에서 말했듯이 사회심리학은 개인과 사회, 그 둘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과학이기 때문에 개인에 대한 연구도 사회에 대한 연구만큼 중요하다. 개인에 대한 연구 중에서도 자기에 대한 연구가 떠오르는데, 자기(self)는 한 개인의 경험, 정체성, 존재를 의미하는 말로, 많은 학자들이 연구에 따라 무수한 방식으로 다르게 정의한다. 그 정의가 어떻든 간에 자기는 현재 사회심리학에서 제일 화제가 되는 분야이다. 자기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는 2가지 접근에서 진행되는데, 성격연구에서는 자기를 일부분만 고정되고 부분적으로 단일한 존재로 보고 경험, 관계, 특정 집단의 정체성에 의해 영향받으며 시간이 흐른 후 형성된다고 보며, 사회심리학에서는 자신에 대한 정신적 표상과 다른 기억의 복잡한 네트워크로 보고 사회적 상황과 사회적 정체성의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한다. 이러한 자기의 주요 구성요소인 성격, 동기, 정서가 사회적 행위와 갖는 관계가 사회심리학자들의 주요 연구대상이며 최근에는 자아정체성, 자존감, 자기조절, 자기개념 등 자기와 관련된 기제가 어떻게 사회적 상황에 표현되는지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자기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자기가 어떻게 사회를 해석하는지도 중요하다. 사회인지는 개인이 사회에 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인지적 과정을 말한다. 이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사회를 해석하고 처리하는 과정이 편견, 인상 등 사회에 대한 생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심이 많다. 사회심리학 초창기에 사회인지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처리하는 사회에 대한 해석에 관심을 가졌지만, 무의식이 과학의 영역에 편입된 후 CSS에 기반한 비의도적이고 자동적이며 병렬적인 정보처리가 사회인지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도 탐구하고 있다. 

 

사회인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마 평소 개인이 세상을 보는 습관일 것이다. 태도는 특정 대상에 대해 평가하는 신념 또는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반응에 영향을 주는 정신적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태도는 밥먹는 것에서 정치적 행사까지 다양한 활동에서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 영향을 준다. 그러나 착한 사람이 간혹 범죄를 저지르듯이 태도가 무조건 행동으로 이어지는건 아니기 때문에 학자들은 태도의 형성과 변화는 물론 각종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세하게 연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태도, 사회인지, 자기와 모두 관련된 주제가 있다. 성격(personality)은 상황에 관계없이 개인이 가지는 일관적이고 고유한 특징으로, 성격연구에서도 중요하지만 사회심리학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학자들은 성격 특성으로 인해 나타나는 정서, 욕구, 태도의 개인차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또한 복잡하고 다양한 심리적 역동이 어떻게 성격을 형성하는지도 연구한다. 특히 성격에 영향을 주는 인지과정, 정서와 정서조절, 자기조절과 목표추구 등이 사회심리학에서 주요한 연구대상이다. 이처럼 성격이 사회심리학에 중요하기 때문에  유명한 심리학 학술지 JPSP(Journal of Personality & Social Psychology)는 사회심리학과 성격연구를 같이 다루고 있다. 

 

관계

개인이 처하는 상황과 상호작용은 대개 소수의 개인간에 일어나는 관계에서 일어난다. 특히 이러한 관계는 개인에게 있어 사회적 영향이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맥락이기 때문에 관계의 특성과 질은 사람들의 사고, 느낌, 행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다. 관계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가족이나 친구처럼 이러한 관계의 형성, 유지, 발전, 갈등과 회복, 해체를 연구하거나, 관계에서 경험하는 동기, 사고, 상호의존성을 연구하는데 이는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아주 가깝기 때문에 관계에 몰입하려는 동기와 관련된 감정을 강하게 느낄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심리학자는 관계가 관계에 참여하는 양 당사자 모두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고 동시에 그러한 상호작용이 다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집단

개인과 관계도 중요하지만, 집단을 연구하지 않는다면 사회심리학이 아닐 것이다. 집단은 인간 존재의 기본요소로, 인간은 집단을 통해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능력과 동기를 진화시켜왔다. 집단에 대한 연구는 두 방향으로 이뤄지는데, 하나는 집단역학에 대한 연구로 집단 내 위계, 구조, 리더십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일어나는 집단의 의사결정, 협동, 다수나 소수의 영향력 등을 연구한다. 다른 하나는 집단간 관계에 대한 연구로, 집단간 갈등의 원인과 해결방안이나 사회정체성이나 내/외집단 범주화가 편견 형성이나 차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이러한 것을 연구하는 학자들 중 미시적 접근을 취하는 학자들은 내/외집단에 대한 평가나 집단에서의 소속/배제 등이 개인의 지각이나 안녕감 등 심리적 요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데, 최근 신경과학적 연구방법이 발전하면서 이 부류의 학자들도 신경과학적 방법을 적극 차용하고 있다. 반대로 거시적 접근을 취하는 학자들은 개인이 아니라 거시적 수준에서 일어나는 집단의 의사결정이나 집단과정과 그 이면의 역사적, 문화적, 구조적 측면을 연구한다. 이들은 심리적/사회적 요인이 집단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데, 기생충에 대한 혐오가 이민자 반대로 이어진다는 연구가 이들의 대표적인 업적이다.

 

사회심리학과 다른 학문

바야흐로 통섭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심리학은 특히 사회심리학과 신경과학을 필두로 다른 학문과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 기류 속에서 사회심리학은 다른 학문의 발전에도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 이미 70년대부터 사회심리학에서 촉발된 관찰학습에 대한 연구는 폭력매체의 위험성을 사회에 경고해왔고 게임물 심의제도를 도입했으며, 지금도 사회적 갈등에 대한 연구를 APA 중심으로 제공하여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미디어, 정치, 폭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분야중 하나인 법에서도 사회심리학자들은 임상심리학자와 함께 법정심리학의 발전에 기여했으며, 초기에는 대중매체가 범죄에 미치는 영향이나 범죄자 개인의 면책 여부를 연구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배심원 제도나 다른 사법판단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법정심리학에 공헌했다. 이외에도 환자와 의사의 의사소통, 진단결과에 대한 반응, 질병관리, 특히 플라시보 효과를 일으키는 개인적, 사회적 요인 등을 연구하는 행동의학도 사회심리학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심리학의 성과로 뽑히는게 행동경제학인데,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가정 하에 인간의 경제활동을 연구하는 경제학의 분과이다. 지금까지 주류경제학자들은 인간을 호모 이코노미쿠스, 즉 항상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자기이득을 추구하는 이기주의자로 보았는데, 이런 가정은 현실과 일부 맞지 않았고 실제 개인과도 달랐다. 행동경제학은 이런 상황에서 호모 이코노미쿠스라는 검증되지 않은 가정을 버리고 심리학적으로 인간본성을 연구하여 이를 경제학 연구에 적용하기 위해 탄생했다. 비록 아직은 주류에 오르지 못했으나 행동경제학의 영향은 커져가고 있다. 심리학자지만 인간의 인지과정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위험전망 이론을 발견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만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고, 2008 세계경제위기 당시 연준 이사장이던 벤 버냉키도 행동경제학을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무엇보다 금융위기의 원인을 인간의 '공포'로 보고 공포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기업에 자금을 쏟아부었던 버냉키의 행동은 행동경제학과도 일치점이 있다.

 

사회심리학의 역사

사회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19세기 초반부터 있어왔다. 실증주의의 창시자인 콩트는 사회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사회학의 필요성을 주장했으며 이후 귀스타브 르 봉과 사회학자 뒤르케임, 타르드 등 몇몇 학자들이 집단과 군중에 대해 연구했다. 비슷하게 독일의 심리학자이자 심리학의 창안자인 빌헬름 분트도 역사적, 문화적, 국가적 특성이 인간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고 민족심리학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편 바다 건너 미국에서도 윌리엄 제임스가 여러 유형의 자기에 대한 개념을 제시했으며 볼드윈은 개인은 사회의 산물이기 때문에 심리학도 개인의 관계를 연구해야 한다며 사회심리학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런 배경속에서 마침내 사회심리학이 탄생했는데, 최초의 사회심리학은 사회학적 전통과 행동주의적 전통이 대세를 이루었다. 특히 행동주의 전통의 경우 초기 사회심리학자들은 집단역학에 대한 설명을 시도할때도 행동주의적 설명을 자주 시도하였다.

 

사회심리학은 사회학과 심리학이라는 이질적인 두 전통에 기반했기 때문에 개인과 사회중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지가 초기 사회심리학의 주 쟁점이었다. 유럽 사회학자의 영향을 받은 로스는 개인을 넘어서는 개인간의 정신적 상호작용이 사회심리학의 연구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동시기에 인간의 본능을 강조한 심리학자 McDougall은 사회적 행동에서도 개인의 본능이 결정적 요소라고 주장했다. 이 논쟁은 1920년대 전설적인 심리학자 고든 알포트가 떠오르면서 종결되었는데, 알포트는 사회심리학을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개인'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정의하여 심리학 전통의 손을 들어주었다. 알포트의 영향으로 논쟁은 사그라들었고 현재까지 사회심리학은 사회학에 비해 개인을 더 강조한다. 한편 이 당시에 활동한 쿠르트 레빈의 장이론이 사회심리학에도 영향을 미쳤고, 이때 레빈이 도입한 실험 방법론은 60년대에 이를 활용한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 연구가 꽃피면서 사회심리학의 주된 방법론이 되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2차대전은 사회심리학의 발전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먼저 대전기동안 미군은 심리학자를 대거 고용하여 군사연구에 종사하게 했는데 이 과정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2차대전이 끝난 후 나치의 참상이 본격적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독일이 왜 그런 폭압적이고 권위적인 정권을 지지했는지 의문을 품었는데, 사회심리학자들이 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유명한 애쉬의 동조실험도 이 시기에 나왔다. 또한 전쟁 후 전쟁으로 인한 심리적 문제가 많아지면서 심리학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덩달아 사회심리학도 많은 지원을 받게 되었다.

 

이후 인지혁명이 일어나자 사회심리학도 영향을 받아 인지적 과정이 사회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사회인지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다. 동시에 뇌영상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것이 사회심리학에도 적극 채용되었고, 90년대 후반 아시아의 경제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교류가 활발해지자 문화간 차이에 관심을 두는 문화심리학도 발전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80년대부터 발흥하기 시작하던 진화심리학도 사회심리학에 영향을 미쳐 다양한 연구를 생산해 내었다. 

 

한국의 사회심리학

한국에서 최초로 발간된 사회심리학 논문은 1958년 잡지 <사상계> 12월호에 게제된 이진숙의 '팔도인의 성격에 대한 선입관념'이란 논문이다. 이 문헌은 당대 한국인의 지역감정에 대한 연구로, 사람들이 각 지역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다뤘으며 너무 오래되어 지금은 학술문헌에서 찾기 힘들다. 이후 김성태가 4.19 혁명에 참가한 학생의 심리적 동기를 조사한 문헌이 있지만, 한국에서 최초의 사회심리학은 페스팅거 밑에서 수학한 정양은(1937-)이 서울대에 사회심리학 교실을 열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한국 심리학에 실험을 도입한 선각자 중 한명이며 당시에는 대인지각, 기억, 태도, 공격성 등을 연구했다. 

 

사회심리학 연구는 시간이 지나면서 덩치가 커졌고 마침내 1975년 사회심리학회가 한국심리학회 분과학회로 개설되고 이윽고 1982년 사회심리학만을 다루는 학술지를 창간했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 사회심리학은 외국의 연구경향을 따라가는 경향이 크지만, 80년대에는 과거 이진숙의 연구전통에 영향을 받은 후학들에 의해 지역감정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7 1993년부터는 사회문제연구학회가 창설되고 학술지 <사회문제심리>를 발간하면서 정치, 여성, 환경에 대해 연구하는 등 사회참여적 성격이 짙었다. 그러는 한편 사회심리학과 성격연구를 떼놓기가 힘들다는 서구의 추세를 반영하여 한국 사회심리학회도 '사회 및 성격심리학회'로 변경되었다. 

 

동시에 서구의 문화심리학 패러다임이 한국에도 넘어오면서 한국인심리학에 대한 연구경향도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1990년 한국심리학회와 국제비교문화심리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 '개인주의-집단주의: 동서양 심리학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또한 국내 1세대 사회심리학자가 해외에서 범죄심리학을 도입하면서 한국에 처음으로 범죄심리학이 시작되었다. 21세기에 한국 사회심리학의 주된 연구주제는 긍정심리학과 다문화이다. 서구의 영향을 받아 긍정심리학, 특히 행복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동시에 이민이 증가하여 다문화사회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다문화에 대한 연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회심리학의 패러다임

사회심리학도 심리학과 마찬가지로 시대에 따른 패러다임의 변천에 영향을 받았다. 사회심리학에서 주된 패러다임은 행동주의와 사회학습이론, 사회인지적 관점(social cognitive approach), 사회인지신경과학, 문화적 접근 그리고 진화심리학이 있다. 사회학습이론은 사회심리학 역사의 초중반부에 대세였으며 신경과학과 문화심리학, 진화심리학 패러다임은 떠오르는 신흥 강자들이다. 사회인지적 접근은 인지과학적 접근을 사회심리학에 적용한 것으로, 사회에 대한 인간의 인지적 정보처리가 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이 패러다임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패러다임들은 서로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 관점들은 모두 1)사람들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반드시 타인과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점과 2)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가정을 공동으로 깔고 있다.

 

사회심리학의 방법론

사회심리학도 여타 다른 심리학과 마찬가지로 과학적 방법을 사용한다. 문화심리학에서는 질적 연구도 병행하지만, 일반적으로 사회심리학은 설문과 실험에 의존한다. 인문적 주제와 많이 연관된 사회심리학의 특성상 사회심리학의 방법론에 대한 많은 비판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사회심리학이 실험실이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사람을 연구하기 때문에 실제 인간의 행동은 밝혀주지 못한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많은 사회심리학 연구는 WEIRD(Western, Educated, Industrial, Rich, Democratic)라는 상당히 제한적인 사회적 배경의 피험자를 주로 연구하기 때문에 다른 문화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실제로 문화심리학은 문화에 따라 연구결과가 달라지는 경우를 다수 보고하지만, 주요한 사회심리학 논문들의 경우에는 WEIRD 문제에 의해 연구결과가 왜곡되는 일은 크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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