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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드, Ballads, 팝발라드, sentimental ballad, 어덜트 컨템포러리, 느리고 서정적인 음악의 형식

Jobs 9 2025. 4. 1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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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드(Ballads)

 

본래 이야기 형식으로 된 중세 유럽의 민요를 일컫는 말로 출발하여, 시대에 따라 조금씩 성격이 바뀌면서 19세기엔 영국 상류사회에서 유행하던 가곡을 칭하기도 하였다. 오늘날 현대 대중음악에서는 대체적으로 느린 템포에 분위기가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노래들을 통칭하는 의미로 쓰이며, 일반적으로 약한 비트에 사랑을 주제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발라드음악 역시 현재 다른 장르와의 경계가 모호해진 상태로 어떤 장르와 리듬을 골격으로 삼느냐에 따라 '팝발라드' '록발라드' '힙합발라드' 'R&B발라드' '메탈발라드' 식으로 세분화 하기도 하며, 나아가 랩이나 비트를 가미한 경우도 찾아 볼 수 있다. 사실상 우리나라의 가요계에서는 1970년대 포크음악의 유행 이후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발라드음악이 대중가요계의 주류장르로 정착하게 되며, 현재에도 댄스음악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틴어의 춤추다(Ballare)라는 뜻에서 생긴 프랑스어로, 영어로는 Ballad라고 쓴다.

 

서양 고전음악의 한 장르로, 본래는 중세시대 음유시인들이 불렀던 시와 노래의 형식을 일컫는 말이었다. 내용은 전설이나 영웅담부터 사랑이나 서정을 다룬 것까지 다양했다.

 

 


발라드

대중 음악의 한 부류로, 남녀간의 사랑을 주제로 한 감상적인 노래를 지칭하며, 느린 박자와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가사를 지닌 노래와 때로는 약간 빠르면서도 반복적이고 서술적인 노래를 포함한다. 발라드는 랩과 반대로 대체적으로 조용한 음악이다. 발라드라는 이름은 이야기 형태의 시나 악곡을 지칭하던 발라드에서 유래하였다. 

이 말의 본래 뜻은 '스토리를 가진 노래'이며, '담시'(譚詩)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트래디셔널 포크송에서는 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이 발라드이다. 매스컴이 발달하기 이전 사람들은 흥미있는 사진이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노래로 하여 서로 전하였다. 즉 발라드는 오늘날의 신문이나 소설책의 역할을 한 것으로, 민중생활 속에 깊이 뿌리를 박고 있었다. 특히 스코틀랜드나 북부 잉글랜드는 발라드의 전통이 풍부하였는데, 그것이 이민에 의하여 미국에 전해져 여러 형태로 변하면서 노래되어 왔다. 서던 마운틴은 특히 발라드를 수없이 전하고 있는 지방이기도 하다. 영국에서 기원하여 전승된 발라드 305종을 19세기 말엽 '프랜시스 제임스 차일드'라는 학자가 수집하고 정리하였다. 여기에는 주요 전승 발라드가 대부분 포함되어 있으며, 이 305종을 '차일드 발라드'라고 하여 지금도 발라드 연구의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느리고 서정적인 음악의 형식

 

'발라드'라는 단어가 주로 사랑에 대해 노래하는, 느리고 서정적인 음악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장르를 나타내는 말로 발전한 것이다. 1의 'ballad'와 비교하기 위해 'sentimental ballad'라 표현하기도 한다.

 

서양에서 20세기 초부터 유래한 장르이며, 1970년대 이후 록 음악과 결합하여 '파워 발라드'란 장르가 생겨나기도 했으며, 이를 록발라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발라드를 서구의 장르가 아닌, 한국의 독자적인 장르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으나 이는 서구에서 sentimental ballad의 음악 스타일 장르를 규정할 때 단순히 pop 장르라고 많이 칭하기 때문에 빚어진 오해다. 서양에선 발라드라고 명칭하기보단 '팝'이나 '팝발라드(pop ballad)'2 또는 '어덜트 컨템포러리(adult contemporary)'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도 나라에 따라 Latin Pop, Latin ballad, MPB, Music of Bollywood 등으로 불린다.

 

서양에서도 느리고 서정적인 음악이야 얼마든지 있으며, 다만 개개인의 작곡 스타일에 따라3 느낌들이 달라지는 정도라고 봐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동양으로 넘어오면서 동양풍 악기를 더 써본다거나, 서양에서 장르적 침해로 여겨질까봐(특히 흑백 인종간 음악) 과감하게 시도하진 않은 적극적인 크로스오버를 시도해보거나 했을 순 있겠다. 다만 기본적으론 수용, 모방, 정반합 발전의 형태를 띈다. 애초에 이게 역수출되어 역으로 영향을 주고 또 정반합해서 좋은 곡들이 나오고 하는건 자연스러운 문화 현상의 흐름이다.




한국 발라드 장르에 대한 문서.

 

 

발라드는 1980년대 후반 태동한 이후부터 한국 가요계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장르로서 2000년대까지 최절정기를 달렸고, 오늘날에도 아이돌 댄스 음악 등과 더불어 여전히 주류 대중음악 장르로 자리잡고 있다.

 

'발라드'라는 용어가 오래 애용되는건 여러 장르와 결합되기 쉬운 용이성 덕분도 있어보이는데, 예를 들어 '가요 발라드'(이른바 팝발라드, 가요가 영어론 k-pop이기 때문에 팝발라드를 번역하면 가요 발라드가 적절하다. K발라드), '록발라드', '재즈발라드', 'R&B발라드', '컨트리발라드', '댄스발라드', '포크발라드', '오리엔탈발라드' 등이 있다.

 

한국에서 발라드란 말은 장르 구분이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들에겐, 아이돌이나 힙합 댄스곡 등과 대비되어 잔잔한 곡들을 통틀어 일컫는 광범위한 개념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다만 좀 더 세분화시켜 보면 일단은 정통파격인 '가요 발라드(팝발라드, k-pop ballad)'를 줄여 칭하는 준말로 봐도 큰 무리는 없다. 다른 장르와 결합시엔 상기되어있듯 앞에 뭘 붙이는 경향이 있다. 애초에 '팝' 자체가 대중음악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고.

 

 

 

 

1980년대 후반



유재하

'사랑하기 때문에' (1987)

이문세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1988)



변진섭

'너에게로 또 다시' (1989)

신승훈

'미소 속에 비친 그대' (1990)

 

 

1980년대 중반까지의 한국 대중음악계는 발라드가 장르처럼 자리잡기보다는 대개 포크, 트로트, 신중현 사단을 위시한 록 사운드가 가요계의 대세였고, 그중에서 그나마 발라드와 접점을 찾자면 포크풍2, 트로트풍3, 록풍을4 차용한 서정적이고 애절한 분위기를 부르는 형식이 일종의 발라드 프로토타입 역할을 대신해오곤 했다. 그러나 이들은 보다 기타나5 신디사이저 음향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고6, 멜로디 구성에서도 뽕짝의 느낌이 적잖이 들어 현대적인 발라드와는 형식상 거리가 있었다.

 

한국에서 정석적인 '발라드'라는 장르는 대개 유재하로 하여금 시작되었다는게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이전에도 조용필과 김현식 등이 포크송 및 R&B 형식으로 서정적인 노래를 발표해왔지만7, 트로트 형식의 뽕끼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던 한계가 있었던 반면, 유재하가 1987년 발표한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는 클래식과 오케스트라 선율, 단조 대신 장조 코드 선호, 브릿지라는 곡 형식을 도입하며 한국의 현대식 발라드를 처음 구축했다고 평가받는다. 해당 앨범은 발매 직후부터 신드롬급 판매고를 올리진 않았지만, 점점 재평가되면서 1997년엔 도합 150만 장 가까이 팔렸고, 뭣보다 그에 영향을 받은 많은 가수들이 이후 한국 대중음악 주류 장르 자체를 바꿔놓게 된다.

 

또 다른 발라드의 대부라면 이문세 & 이영훈 듀오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포크송과 블루스의 영향을 받은 서정적인 음악을 구사했는데, 단적으로 이문세 3집과 이문세 4집을 교차해서 듣자면 한국 발라드의 태동 과정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같은 이문세, 이영훈 콤비가 제작한 앨범임에도 1년 여를 주기로 3집에 만연하던 뽕끼가 4집에 들어 클래식 작법이 가미되어 세련되어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앨범 단위로 세련된 작법을 알뜰하게 채워 넣어 팝송 부럽지 않은 콤팩트한 트랙 행렬을 보여준 이런 구성은 한국 발라드의 상업적 가능성을 거의 최초로 증명해 내었다.

 

이후 1980년대 후반, 가수 변진섭이 '발라드 왕자'라는 애칭으로 대중적 인기를 끌면서 '발라드'라는 명칭이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고 대중화되는데11 공을 세웠고, 그 이후 발라드라는 장르는 한국에 완전히 정착하게 된다. 그리고 이승철12, 이승환13, 조정현 등의 인기를 끄는 발라더들이 점점 나오는 와중 90년 데뷔한 신승훈은 국민가수급 신드롬으로 그것도 장기간 군림하며 발라드의 황제라는 애칭을 얻게 된다. 정권교체 신승훈은 팝적인 발라드로 시작했다가 후에 재즈나 맘보 등의 라틴 리듬을 발라드에 접목하기도 하는 등 그 스펙트럼을 넓혀 싱어송라이터의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이 올린 판매량은 거의 수백만 장 단위였는데, 이는 종전 잘해야 수십만 장을 호가하던 판매고에서 큰 발전을 이뤄낸 거라 가히 비약이라 할 수 있었다. 수백만 장의 판매고는 당대 해외 팝송의 한국 내 판매량과 견줄 만한 수치인데, 이를 토대로 한국 가요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아 한국 가요사 전체를 통틀어도 중요한 분기점이 되어주었다.

 

 

1990~2000년대

 

015B

'텅 빈 거리에서' (1990)

신승훈

'보이지 않는 사랑' (1991)



전람회

'기억의 습작' (1994)

더 클래식

'마법의 성' (1994)



김건모

'아름다운 이별' (1995)

이승환

'천일동안' (1995)



임창정

'그때 또 다시' (1997)

토이

'여전히 아름다운지' (1999)



조성모

'아시나요' (2000)

이소라

'제발' (2000)



브라운 아이즈

'벌써 일년' (2001)

왁스

'화장을 고치고' (2001)



박정현

'꿈에' (2002)

김범수

'보고 싶다' (2002)



이영현

'체념' (2003)

이수영

'덩그러니' (2003)



성시경

'거리에서' (2006)

백지영

'잊지 말아요' (2009)

 

 

1990년대 들어 팝발라드는 가요계에 완전한 대세로 자리 잡게 되어 수많은 뮤지션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신승훈, 이승철, 이승환, 김민우, 전람회의 김동률, 더 클래식의 김광진, 토이와 015B 사단, 임창정, 조성모, 김범수 등의 가수들이 활약하며 발라드는 한국 대중음악의 메인스트림으로 우뚝 서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록발라드라는 장르도 하나의 트렌드로 형성되는데, 발라드와 락 등 여러 분야를 실험해보던 이승환을 비롯해 김경호, 김종서, YB, 박완규, 서문탁, K2, 김민종, 김정민, 플라워, 야다, 얀, 마야, 엠씨더맥스, 더 크로스, 버즈 등으로 대표되는 전성기를 누렸다.

 

한편, 동아기획은 90년대까지 활약을 이어나가며 김현철, 빛과 소금 등은 재즈적 감성을 더했고 한국 특유의 K-시티 팝 감성을 선보여내기도 했다. 사족으로 시티 팝 항목에도 있지만 본산지였던 일본의 영향보단, 김현철 본인이 (일본문화 수입금지라는 당대 정책 등으로) 시티 팝이란 트렌드의 존재조차 몰랐다는 언급도 한 점을 봐서는 한국만의 독자적인 흐름이었을 가능성이 높고, 오늘날 와서 아귀가 비슷한 시티 팝으로 편의상 분류되는 현상에 가까울 것이다.

 

1990년대 중후반부턴 여성 발라더 시장도 생겼는데, 이소라, 양파, 박정현, 왁스, 이수영 등이 대표적이었고, 이후 거미, 백지영 등으로 연결되었다.18 또 오리엔탈 발라드는 이수영이 유행시킨 장르였다. 피리, 해금 등 동양풍 악기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등장하는게 특징 중 하나. 1999년 이승환의 '당부'를 시초로, 2000년대 이수영의 곡들이나 이선희의 곡 '인연' 등이 대표적이다. 그 특성상 사극 OST 등에도 꽤 활용된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록발라드 천하에서 벗어나 R&B 형식이 보다 진하게 가미된 이른바 R&B발라드 형식도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시기 이를 유행시킨 팀 중 하나는 브라운 아이즈로 2001년 당시 이들이 발매한 Brown Eyes 앨범은 수십만 장의 판매고를 달성한다. 물론 이는 1세대 발라더들의 백만 단위에 비하면 적은 수치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음악 시장의 주요 루트가 음반 시장에서 음원 시장으로 점점 넘어가던 시기임을 고려하면 꽤 고무적인 기록이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점차 강하게 발전하여 기교와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적 요소를 진하게 넣은 이른바 미디엄 템포 발라드가 2000년대 유행으로 찾아왔고, 이런 류 음악을 부르는 바이브, 박효신, 더 원, 먼데이키즈, SG워너비, 씨야, 포맨, V.O.S 등의 가수들이 당시 주로 사용했던 창법이 대중들에게 소몰이창법이란 이름으로 명명되기도 했다. 물론 오늘날 와선 비판도 받는 창법이나, 하여튼 이때 인기는 당대 또다른 주류였던 아이돌 시장의 밥그릇도 상당 부분 강탈해갈 정도로 시대를 풍미하던 트렌드로 자리잡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자극적인 장르 혼합 발라드에 지쳐 성시경, 김동률, 이기찬 등 정통파 발라더들이 선호되면서 2000년대 명맥을 지켜내기도 했다. 그리고 아래 비판처럼 신파, 자극적인 요소만 강조하던 소몰이창법식 양산형 발라드는 대중들의 호응을 장기간 이끌어내진 못했고23, 결국 이러한 반동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2000년대 후반 이후 대중가요계의 중심은 후크송으로 대표되는 댄스 아이돌 그룹들이 차지하게 된다.

 

 

 

2010년대 이후



이은미

'녹턴' (2010)

이승철

'그 사람' (2010)



박효신

'야생화' (2014)

M.C The Max

'어디에도' (2016)



윤종신

'좋니' (2017)

아이유

'밤편지' (2017)



폴킴

'너를 만나' (2018)

거미

'기억해줘요 내 모든 날과 그때를' (2019)



악동뮤지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2019)

박재정

'헤어지자 말해요' (2023)

 

상술한 후크송을 위시한 아이돌이 가요계를 탈환하자 발라드 시장은 전성기 시절 독보적인 위세에선 내려왔지만,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가듯 차트 상위권에선 여전히 발라드가 건재한 존재감을 보였다. 기존 세대들의 활약은 물론 아이유, 디셈버, 베베미뇽, 허각, 에일리, 한동근, 정승환, 폴킴, 버나드박 등의 신예들 또한 2010년대를 풍기했다. 아이돌의 경우도 발라드에 발을 걸치는 경우가 많아 소녀시대의 태연 등 발라드 활동을 겸하며 차트를 호령한 경우도 상당수 있었고, 2AM, 비투비24, 다비치25 등 아예 발라드를 주력으로 내세우는 그룹도 등장했을 정도였다. 보아의 Only One처럼 댄스발라드 형식의 곡도 있었다.

 

하지만 전성기 때처럼 발라드 형식상의 큰 변혁은 찾기 어려워졌고2627 기존 닦아놓은 터를 답습하는데 그치고 있는 생태계로 돌입한 시기이기도 하다. 더 이상 쥐어짤 것이 없는 발라드는 2010년대 이후론 스펙트럼을 넓히기엔 한계를 맞이했고 아래 비판처럼 사랑 타령, 이별을 울부짖는 등 진부한 그림만 그리고 있는 형국이며 이는 대중의 귀를 질리게 만들고 있단 비판도 나온다. 물론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한정된 스펙트럼 안에서 높은 완성도로 만들지 않으면 대중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기에 사재기 따위가 아닌 한 대중픽을 받은 곡들은 마냥 양산형이라고 깎아내릴 수는 없는 작품들도 많긴 하다.

 

90~2000년대 데뷔한 임창정, 박효신, 나얼, 이수 등의 가수들이 2010년대 차트를 여전히 점령하는 모습 또한 보였는데, 이들의 뛰어난 역량도 있지만 달리 말하면 세대교체가 지지부진할 정도로 좋은 신예가 좀처럼 등장하지 못한다는 의미도 된다. 2020년대 들어선 이들도 예전만큼 히트하진 못하고 있고. 그래도 정통 발라드의 계보는 폴킴, 규현, 정승환, 버나드박, 박재정 등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또한 2017년 윤종신의 좋니처럼 방송 홍보를 통한 역주행송이 그해 최고 유행곡 중 하나가 될만큼 대박을 치기도 했다.

 

한편, 활로 개척을 모색하는 관계자들은 발라드 특성상 사랑 얘기가 많은 드라마 OST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점을 이용해28 이쪽으로 영향력을 넓혀나가기 시작해서, 드라마 OST를 통해 발라드 가수들의 음원 시장에서의 선전이 이어지기도 하였다. 린과 백지영 등이 이 분야의 대가로 활약했다.

 

발라드와는 별개로 사이드에 가까운 흐름이지만, 90년대 중후반 홍대 인디 음악씬에서 시작된 델리 스파이스, 언니네 이발관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 모던 록 조류는 꾸준히 인디 음악 신의 대들보로서 역할을 해오고 있었다. 그러다 2010년대 중후반 들어 발라드의 어법을 접목시킨 모던 록풍 모던록발라드? 장르가 언더그라운드 인디의 대세를 넘어 오버그라운드 차트까지 입성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는데 혁오, 멜로망스, 장덕철, 닐로, 잔나비 등이 이런 흐름의 주인공으로 볼 수 있었다.29

 

허나 순풍도 잠시, 2018~2019년 음원 사재기 파동에서 이런 류나 기타 가수들 상당수가 의심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당시 가요계에 큰 후폭풍을 불러왔으며 이 때문에 발라드 업계가 한동안 침체기를 겪기도 했다. 그것이 알고싶다(1197)에 제보된 바로는 음원조작꾼들이 노리기 쉬운 타깃이어서 더 그렇게 되었다고. 물론 이에 대해 의심받은 당시 몇몇 소속사 측은 아이돌 팬덤 시대에 비아이돌계 가수가 살아남기 위한 홍보의 일환으로 이런저런 곳에 SNS 홍보 의뢰를 맡겼을 뿐 사재기는 의뢰한 적도 인지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 많았으니 참고하자.30

 

2020년대에도 발라드는 한국 음원 시장의 주류 장르 중 하나지만, 시상식 대상을 휩쓸던 최전성기만큼의 인기를 보여주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물론 그럼에도 주류 장르긴 해서, K팝 아이돌 특히 걸그룹 노래가 강세인 2020년대 초중반 음원차트에서31 거대 팬덤층 없이 최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는 드문 기타 장르긴 하다. 또 발라드류가 원래 강세였던 노래방이나 OST 차트에선 여전히 최강자다. 이러다보니 다른 장르 가수라도 발라드에 발을 걸치거나 부르는 경우는 꽤 흔하고, 배우나 희극인들도 팬미팅이나 방송, OST 등으로 심심찮게 부르는 편이다.

 

2024년 들어서는 순순희를 비롯한 몇몇 가수들이 유튜브 쇼츠 영상에 맞든 안맞든 본인들의 노래를 BGM으로 과도하게 집어넣는 방식으로 바이럴 마케팅을 돌려 한 소리 듣기도 했는데, 리메이크곡 살기 위해서는 원곡이 존재함에도 원곡자 표기를 하지 않아 원곡까지 덤으로 매도당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바이럴 좀 하지 말라는 댓글에 순순희의 한 멤버는 "그럼 숨만 쉴까요?"라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는데, 홍보와 바이럴은 한끗차다 보니 인지도 낮은 가수들은 먹고 살려면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난감한 부분이 있다.32 결국 적정선을 잘 지키는 똑똑한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33

4. 양산형 발라드

1990년대 이후 발라드가 주류 장르 중 하나로 꾸준히 자리잡고 있다보니, 이런 인기에 편승해 질 낮은 양산형 작품들이 반복 재생산 되면서 이별, 슬픔과 같은 매번 형식적인 소재만을 사용해 공장마냥 쏟아져 나오는 발라드들이 한국 대중가요의 질적 후퇴를 가져오고 있다고 상당수 평론가들은 지적한다.34 브런치.

 

사실 이런 지적은 한국이나 발라드 장르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대중 문화 장르에서 통용될 수 있는 지적이기도 하다. 당장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가 '계몽의 변증법'에서 지적했던 내용으로, 계몽의 변증법에서는 재즈를 예시로 들어 대중 문화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새로운 형식이 탄생한 뒤 그것이 인기를 얻으면 그에 편승한 모방자들이 수도 없이 등장하게 되고, 오리지널의 작품에서 아주 조그만 부분만을 바꾼 뒤 새로운 상품으로 내놓게 되는데,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서 대중 문화는 질적으로 하락을 겪게 되고 대중들은 수준 저하에 질리게 된다는 것.

 

일부 발라드 팬들은 종종 현대음악의 장르 중 하나인 발라드를 클래식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말마따나 발라드는 현대음악의 특징이 사리지고 클래식의 특징을 따라가고 있다. 신인가수의 새 노래가 나와도 과거의 명곡을 이길 수 없고 오히려 못하다는 혹평을 듣는 경우가 늘고, 결국 기존 팬덤만을 위한 음악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것은 현대음악과 반대로 가는 혹은 정체되는 양상이다. 실제 노래 스트리밍 앱의 발라드 차트에는 10년도 더 넘은 십수년 전의 노래가 차트인해서 상위권에 올라오기도 한다. 노래방 차트는 더 심각해서 인기차트 100곡 가운데 5년 안에 출시된 발라드 노래가 더 오래된 발라드 노래보다 적은 경우도 있다. 5년이면 다른 노래 장르였으면 세대가 바뀔 정도로 변화하는데 말이다.

 

반복되는 가사 레퍼토리(사랑, 이별, 술35), 고착화된 창법, 음악의 진행 구성 역시 발라드 장르를 올드하게 만들고 있는데, 이는 새로운 시도보다는 과거의 성공 방식과 이른바 머니코드, 뻔한 래퍼토리에 안주하려는 제작 환경도 지적된다.36 발라드 리스너 연령대의 고령화와도 아예 무관하진 않을듯. 물론 많은 젊은층도 여전히 발라드를 듣긴 하기 때문에 뭔가 신선한 변화도 요구되는 부분.

 

2010년대 후반부터 음원 사이트를 점령한 발라드곡 중 다수는 애도와 슬픔으로 점철된 절규성 노래가 많다. 해당 장르는 대체적으로 클라이맥스에 고음을 내지르기 위한 편곡이 들어간다는 공통점도 있다.37 노래의 주제나 창법뿐만 아니라, 코드 진행이나 악기 구성, 곡의 전개적인 구조 등에 있어서도 2000년대 초반에서 중반까지 유행했던 양산형 발라드 노래들과 거의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는 곡들이 많다. 세월이 지남에 따른 음향적인 부분의 발전 외엔 10~15년 전에 유행했던 구식 발라드를 그대로 가져온 거나 다름없기에 듣는 이에 따라 촌스럽고 오글거리기만 한 노래들도 다수 포진되어 있다. 그에 더해 해당 노래들은 다수가 (물론 실제 사재기가 있는지 여부와 별개로)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고 있어서 한국 음악씬의 질적 후퇴를 해당 아티스트들 스스로 가져온 것이라 많은 리스너들에게 더욱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초반에는 담담하게 부르는 척하다가 구렴이 끝나기 직전 절제 없이 지르는 고음과 이에 보답하듯 일관되게 과격하고도 영혼 없이 떨기만 한 감정 전달, 가사만 바꾼 채 똑같은 음을 반복하는 2절38, 후렴부는 반음(=한키)만 올려 같은 멜로디가 반복되고 하이라이트에서 고음을 한껏 지르고 폭주하는 것은 전형적인 21세기 초 한국 발라드의 특징 중 하나이다. 또한 가사에 "제발 돌아와~", "못 해줘서 미안해" 따위의 이별 가사를 남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냐에 따라 느낌도 달라질 수 있는데 시적 가사나 삶의 깨달음을 주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가사가 너무 뻔한 경우가 많다보니 감각적 창의성이나 문장력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질질 짜고 흐느끼며 슬픈 감정을 대중에게 억지로 강요하는 절규성 발라드 세태 때문에 부르는 가수가 혹시 짝사랑에 미친 우울증 환자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있으며, 듣는 사람들도 우울해진다고 할 지경. 리스너야 안 들으면 그만이긴 하지만, 길거리의 가게들뿐만 아니라 밝고 신나는 분위기가 필수인 놀이공원 등 여행지, 심지어 술집에서도 양산형 발라드는 주야장천 틀기 때문에 분위기가 가라앉기도 한다. 사실 전반적인 곡 분위기가 잔잔하거나 애절한 편이다 보니, 야구를 비롯한 여러 스포츠의 응원가로 쓰기에도 상당히 난감한 장르기도 하다.39

 

뷰티풀너드는 아예 이를 풍자하는 곡 <소주 마렵다>를 만들기도 했다. 노래를 부른 가수의 명의가 '양산영'인 것을 보면 거의 명백해보인다.

 

힙스터 갤러리로 유명한 포스트락 갤러리에서 싫어하는 장르이다. 일명 김발(김치 발라드)이라고 부르며 심심하면 까인다.40

 

일각에선, 이렇게 사랑 타령만 하는 발라드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고41 2010년대 들어선 상술한 것처럼 음원 조작꾼들의 주된 희생양이 되기도 했음에도 한국 가요계에서 발라드의 수요가 꾸준히 있는 이유는, TV 연속극이나 일부 영화 등에서 계속 남아있는 신파극의 잔향과 더불어 한국인 특유 한의 정서 때문 아니냐는 이야기가 반 농담처럼 돌아다니기도 한다.42

 

한국의 발라드 음악 상당수는 획일적인 특징을 가진다. 이런 추세를 비꼬는 용어가 '양산형 발라드'라고 한다. 양산화 현상이 심해질 경우엔 발라드 앞부분만 들어도 뒷부분이 예측 가능하고 고음이 있다는 것도 예측할 수 있다는 농반진반 소리도 있다. 양산형 발라드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곡의 전개가 비슷비슷하다. 양산형 발라드의 상당수가 들을 때마다 어디서 들은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표절이라고 해도 할 말 없는 수준이다. 거기다 곡을 부르는 가수의 보컬 스타일까지 비슷한 경우가 잦다.

단순 전개 뿐만 아니라 사용되는 악기 및 편곡들도 거의 미디로 대충 찍어내듯 만드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도입부에서 발라드 특유의 요정이라도 등장할 것 같은 차임음은 대표적인 클리셰 중 하나. 드럼과 같은 악기에서 나오는 리듬도 곡마다 차별점을 찾기 힘들다.

이를 비꼬기 위해 양산형 발라드 여러 개를 리믹스한 영상도 존재한다.

후렴구는 높은 확률로 반음(=한키)만 올려 똑같이 반복한다.

2020년대 들어 옛날 명곡들을 리메이크하는 트렌드도 생겼는데, 대다수 곡들의 편곡도 양산형과 큰 차이가 없어 획일적이고 그만큼 클리셰 범벅인지라, 상당수 리스너들에게 지루함을 주기도 한다.

고음병의 영향인지 많은 발라드 곡들이 중간에 시작되는 고음 부분이 존재한다. 처음엔 잔잔하게 시작하다가 중간부터 점점 소리를 키우더니 절정 부분에 고음을 지른다. 고음 부분이 끝나면 다시 잔잔해지며 슬픈 목소리로 속삭이듯 부르며 마무리를 짓는 것이 양산형 발라드의 주된 클리셰다.

사실, <야생화>처럼 평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발라드 곡들도 이와 같은 형식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한국 대중의 취향에 맞기 때문에 나타난 형식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하며, 따라서 이 자체만으로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면, 가사와 음이 부조화하거나, 흐름에 완급 조절이 결여되어있다거나 등.

가사 내용 전반이 연애와 관련된 것, 특히 사랑 타령 + 이별 타령은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며 주제의식도 모호하다. 다른 장르도 문제지만 특히 이 분야는 사랑 타령에 관련된 건 없는 게 없다. 특히 이별 내용은 지겹게 우려먹기로 유명하며, 가사 내용도 식상하기 그지없다.

양산형 작품에 있어서 최적의 조건인 높은 대중성과 생산성, 떠올리기 쉬운 소재를 모두 만족하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이다. 양판소 등 다른 양산형 장르에서도 사랑 타령 작품들의 독점은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명곡들은 공감도와 이해도 있게 단순하고 간결하며 의미심장하지만, 양산형은 두 수준이 비교적 떨어지며 대충 쓴 것마냥 독창성과 깊이감이 없을 만큼 너무 직설적이다.

특히 술에 관한 가사는 양산형 발라드에 가장 많이 보이는 특징이다. 친숙한 것을 넘어서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의 소재와 단어 선택, 특히 번화가 거리 실명이나 포차 메뉴 같은 불필요한 디테일과 비효율적인 묘사도 굳이 가사에 집어넣어서 감성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유행마냥 번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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