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가요, 君が代, 군주의 치세, きみがよ, 일본 국가, 가사, 해석, 독일의 작곡가, 프란츠 에케르트, 임(君)의 시대 영원
기미가요, 君が代, きみがよ
일본 국가
본래의 가사는 고대 일본에서 기원한 단가로, 제목은 임금의 치세, 군주의 치세 정도의 뜻이다. 1880년 독일의 작곡가인 프란츠 에케르트에 의해 기존의 단가 가사를 기반으로 작곡이 이루어져 1888년부터 국가로 쓰였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공식적인 국가의 지위를 잃었으나 사실상의 국가 역할을 유지하였고, 1999년에 제정된 '국기 및 국가에 관한 법률(国旗及び国歌に関する法律)'에 의해 법적인 국가로 재지정되었다.
가사는 '임(君)'의 시대가 영원하기를 바라는 내용으로 일본어 고유어로만 이루어져 있다.
가사
기미가요
君きみが代よ
君きみが代よは
키미가요와
임금의 치세는
千代ちよに八千代やちよに
치요니 야치요니
천 대에 팔천 대에
さざれ石いしの
사자레 이시노
작은 조약돌이
いわおとなりて
이와오토 나리테
바위가 되어서
苔こけのむすまで
코케노 무스마데
이끼가 낄 때까지
해석
'君'는 천황을 지칭하며 그의 치세가 오래토록 지속되기를 바라는 내용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君이 천황으로써 해석된 것은 근래의 일만은 아니며 고대부터 조정에서 천황의 만세를 기원할 때 자주 읊어졌다. 이처럼 처음 작자의 의도는 불명이지만, 후세에게 불려질 때에는 딱히 특정 대상을 지칭하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기리는 대상이 유동적이다.
작자가 미상인지라 일본에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君が代' 부분의 해석은 아직도 여러 의견이 많다. '君(그대)'가 누구를 가리키느냐에 따라 노래의 성격 자체가 바뀌기에 이런저런 가설이 있다. 또한 '작은 돌이 바위가 되어서' 이 구절은 작은 조약돌이 뭉쳐져서 큰 바위를 이룰 시간만큼 오랜 기간을 뜻한다. 신령한 돌은 자라날 수 있다는 애니미즘적 관념이 전재된 표현이라고 보는 해석도 있다.
일단 본 항목의 번역에서는 '君'를 임금으로 해석했지만 사실 일본에서 君은 임금만 가리키지는 않았다. 고대부터 천황을 가리켜서 '大君(오키미)'라고 부르는 말이 있긴 했지만 중세 이후부터 이 단어는 점차 사용빈도가 줄어들었고, (기미가요가 나온) 헤이안 시대에는 君라는 단어가 단순히 경애하거나 친밀한 사람을 부르는 말로 쓰이기 시작해서 지금에 이른다. 예를 들어 한때 천황을 가리키는 大君라는 단어를 겐지모노가타리에서는 여자 꼬시는 말로 사용할 정도. 또한 '君が代'라는 가사도 고금화가집에 실렸던 원본의 가사인 '我が君'가 후대에 들어서 바뀐 것이다. 이 역시 '우리 임금'으로도 해석이 가능하지만 이 가설을 차용한다면 시대상을 감안하여 'Oh my baby'라고 기름진 해석도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주군(천황, 혹은 중세 이후 무사들의 경우 쇼군)에게 바치는 곡이라는 설 외에도, 연인에게 바치는 사모곡이라는 설, 어르신에게 바치는 장수기원곡이라는 설, 태평성대가 오래 가기를 기원하는 곡이라는 설, 심지어는 장례곡이었다는 설 등 온갖 해석이 있다.
근대 이후에는 천황이 일본의 유일무이한 군주로서 복권되면서 君이 누굴 가리키는지에 대한 해석은 천황으로 고정되었다. 기미가요 가사는 신민(臣民)들이 천황의 만수무강과 황실의 만세일계(万世一系)를 기원하는 것이 되어, 천황 본인이 부르면 어색하기 때문에 천황은 부르지 않는다. 영국 등 영연방 왕국에서 찰스 3세 국왕이 God Save the King을 부르지 않음과 마찬가지다.
君의 의미를 특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전통적 해석에 따라 천황이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일본이라는 나라 그 자체를 지칭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사의 '君が代は' 부분을 영어권에서 'the reign of Japan(일본의 치세)'으로 번역한 경우도 있다. 물론 그런 식의 번역이 존재하긴 한다는 거지 서구권에서도 君은 Emperor, 즉 천황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곡조
고대 시가를 가사로 차용했기 때문에 노래가 총 11마디로 굉장히 짧다. 또 국가치곤 분위기가 어두운 편에 속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아무래도 아악의 형태를 기본으로 만들다 보니 일본적인 느낌이 강하다. 실제로 나가노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는 궁내청 아악부가 아악으로 기미가요를 연주했다. 일본 민족주의자들은 일본의 전통 선율을 국가에 담았다는 것에도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한편 요나누키 음계를 기반으로 만든 선율에 서양 화음을 끼워 넣은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음악적인 시각에서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기미가요>를 들어보면 처음과 끝 2마디는 화음 없이 그냥 평범한 주선율의 유니즌(동음)으로만 처리했는데, 이에 대해서 일본 전통 음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외국인 에케르트가 서양 화성법의 논리만 가지고는 해당 마디들에 코드를 끼워 넣을 수 없어서 썰렁하게 남겨 놓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판적 시각으로 유명한 이로는 작곡가 겸 지휘자 아쿠타가와 야스시가 있다. 한국에도 <나의 음악 이야기>로 번역본이 나온 음악 에세이집에 2차례나 언급하면서 비판했을 정도. 어찌 되었든 일본적 선율을 최대한 담아낸 곡으로서, 올림픽 참가국 전체를 봐도 바로 그 나라 국가임을 알 수 있는 개성 있는 곡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