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 1967년, 함양, 문일고, 연세대, 철학자, 작가, 김어준
강신주
姜信珠
출생
1967년 (56~57세)
경상남도 함양군
직업
철학자, 작가
학력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화학공학 /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철학/ 석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철학 / 박사)
경력
연세대학교 철학과 외래교수
문사철 기획위원회 위원
종교
무종교 (무신론)
대한민국의 철학자이자 저술가.
1967년 경상남도 함양군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고, 석사부터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했으며 철학 박사 과정은 다시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마쳤다. 석사논문은 '나가르주나', 박사논문은 '장자'를 주제로 썼는데 이것은 2024년 기준 여전히 강신주의 마지막 논문이다. 박사논문을 발표한 2003년 이후로 전혀 논문 발표가 없은 덕에 강신주가 철학자라는 명함을 가지고 있으면서 학술적으로 기여한 게 있는가에 대한 근거로 쓰이기도 한다. 본 내용은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그린비 출판사)이라는 책으로 출간된 바 있다.
색다른 상담소
MBC 라디오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넓혔다. 그로 인해 강연과 저술에 탄력을 받았다. 저서 《철학이 필요한 시간》은 철학서적으로는 드물게 10만 권이 넘는 판매 부수를 올리게 되고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등극하였다.
강신주의 다상담
이후 정권이 바뀌며 김어준의 벙커1이 망해갈 무렵, 김어준에 대한 ‘으리’로 벙커1에서 강연을 진행한다. 그 ‘으리’는 강연 도중에 강신주 본인이 누차 밝힌 사실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강연이 딴지일보의 동영상 강의 및 팟캐스트로 제작되어 다시 인기를 올리게 된다. 팟캐스트는 ‘강신주의 다상담’이란 타이틀로 진행했는데, 시간이 쌓여 고민 내용을 책으로 엮어서 출간했다. 이 또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감정수업
2013년 말에 출간한 《감정수업》은 무려 28만 권이 넘는 판매 부수를 기록한다. 강신주는 그렇게 많이 팔릴 책이 아니고 무거운 책이라며 겸손과 우려를 표했지만 기쁨을 감추지는 못했다.
대중적인 성향
대중적인 전달을 중시한다. 그 때문에 가벼운 출판과 방송 출연 등이 잦은 편인데 그것만으로도 찬반 논쟁을 일으키는 편이다. 이러한 면모는 김용옥의 사례와 유사하다. 다만 대중 매체에 나와 떠드는 일부 속빈 '자칭' 철학자들과는 다르게, (논란의 여지가 있더라도)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가지고 있는 철학자이다. 참고로 강신주 본인은 김용옥의 대중과 소통하려는 태도와 함께, 그가 동양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는 높이 사지만, 그의 담론이 따지고 보면 상당히 엘리트주의적인 한계를 지닌다고 지적한다.
김어준과 많이 친하다. 두 사람은 문일고등학교 동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에서 같이 상담을 진행하던 중에 알게 되어 친해진 듯하다.
글을 도발적으로 쓰는 경향이 있다.
한 강연에서 "현실이 어떻게 보이느냐? 대통령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는데, 본인은 대통령의 권위에 눌리지 말고 스스로의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든 피력하고 민주주의를 요구하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이는 니체 계열 철학을 하는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성향이다. 니체부터가 망치를 든 자로 비유할 만큼 사회에서 신성시되는 영역을 박살내는 글을 써왔고, 그의 계보를 잇는 프랑스 철학자들도 자주 써왔다.
노장의 범주 해체
그의 박사 과정 논문 및 추가 연구, 저서 등을 통해 흔히 도가 철학으로 엮이는 노자와 장자의 사상이 상당히 다름을 지적하며, 특히 노자 사상의 통치규범적 면모를 지적하고, 장자 사상의 아나키즘적 측면을 재평가한 바 있다.
제자백가들을 다룰 때, 전한 왕조 이후 특정 관학화된 사상의 기준에서 기록된 제자백가의 언행이나 역사 기록보다는, 당대 인물들(즉, 해당 학자와 동시대를 살면서 그 학자와 교류했던 인물들)의 흔적이 남은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제자백가들의 사상에 대한 그의 관점을 간단히 요약하면 '국가주의 좆 까, 장자가 제시한 것 같은 소통과 연대의 논리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쯤 된다.
특히 노자를 자연주의적, 신비주의적으로 해석하는 관점들을 대차게 까며, 노자식의 "도가"적인 부드러운 통치술이야말로 교묘하게 포장된 국가주의적 논리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당대 텍스트에 대한 비교철학적 접근을 통해 노장, 공맹 외에도 양주 등의 사상을 재발견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양주에 대한 그의 평가는 이중톈의 그것에 가까운 편이다.
다만 강신주가 기존 학자들의 주장과 거리를 두었다고 해서 그의 주장이 신선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강신주의 주장은 이미 학계에서 여러 차례 거론된 것들 뿐이지 전혀 새로울 건 없다. 한 예로 노자의 통치규범적 면모를 최초로 지적한 것 역시 강신주가 아니다. 사기 열전에서도 노자한비열전으로 노자를 법가 계열로 분류하여 다뤘을 만큼 노자의 정치철학적 면모는 일찍부터 주목 받아 왔다. 노자 항목 참조
그 외 장자의 사상을 해석하면서 스피노자, 니체, 베냐민, 비트겐슈타인, 라캉, 가라타니 등의 사유를 자주 재해석, 참고, 인용한다.
즉, 전반적으로 형이상학적 본질주의를 거부하고, 본질의 사후성과 개별체의 실존을 중시하는 편이다. 그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상담이나 강연 등에서 보이는 태도에서 실존주의의 냄새를 맡았다면 당신의 느낌이 꽤나 잘 들어맞은 것이다. 강신주 본인은 사석에서는 장폴 사르트르, 알베르 카뮈 등의 낡은 실존주의 계열의 철학을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지만 모리스 메를로퐁티나 질 들뢰즈, 장 보드리야르 등은 긍정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노장철학과 서양철학을 결부지어 설명하는 접근방식 자체는 이미 많은 학자가 시도한 바 있다. 대표적인 예가 캐나다의 오강남 교수인데, 오강남은 도덕경과 장자(내편)을 번역했으며, 좋은 평가도 받은 바가 있다. 하지만 강신주의 텍스트에 대한 해석은 기존의 방식과 궤를 달리하여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반자본주의?
자본주의는 종교나 다름없다고 했다. 돈을 받고 또 그 돈을 써야만 하는 구조라므로 벗어날 수 없으며, 돈에 소비재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그래서 강의 중간에 돈을 태우고 사람들이 놀라는 반응을 보이자 종이에 종이 이상의 것을 보았기에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신주는 마르크스주의자 계열로 보이지만, 최근 다수의 방송, 잡지 등 미디어를 통해 드러나는 모습은 그가 정말로 반자본주의를 지향하는 철학자로서 굳건한 노선을 견지하는 것인지 의문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참고로 그가 카를 마르크스를 논할 때에는 자크 랑시에르, 알랭 바디우, 루이 알튀세르, 가라타니 고진 등의 마르크스에 대한 해석을 비교하거나 하는 식으로 접근할 때도 많다. 특히 알튀세르의 스피노자 해석이나 고진의 "트랜스크리틱" 등이 함께 엮일 때도 있다. 물론 마르크스 생전 당대의 사상가들과 마르크스를 비교하기도 하고, 어쩌든 그는 마르크스에는 대해서 직접 파고들기보다는 비교철학적으로 접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강신주 본인도 돈을 벌기 위하는 태도에는 대해서 "나도 내가 말하는 대로 철저하게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에 말로라도 '이렇게 해 보자'고 열심히 떠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애초에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반자본주의적 삶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고, 적어도 자본주의 위에서 해낼 수 있는 역할에 따라야 게을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돈을 위해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거냐는 비판도 있지만, '인문학자로서 항상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생각한다'고 말하고 다니는 것으로 보아 인본주의자에 가깝다고 보는 시선 또한 존재한다. 주로 강신주를 옹호하는 시각에서 '자본주의가 인간에 반(反)하기 때문에 이를 비판하는 것이다'는 입장. 즉, 비단 자본주의만을 반대하는 건 아니므로 반자본주의자로서 행동을 실천하기 위해 일단 강연부터 공짜로 하는 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사실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공짜 강연에도 꽤 자주 출몰하는 편이다.
강신주 본인이 사회주의든 공산주의든 개인주의든 어떤 사회/정치/경제적 사상에 대해 '인간의 행복을 충족시키지 않기에 반대한다'고 말할 때까지는 알 수 없는 논란이다. 정작 그의 인생관은 '인생 자체는 고통의 연속이며 행복해지기 위해 움직이고 게으를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힐링캠프 출연 당시 막말 논란
2014년 초에는 힐링캠프에 출연하여 힐링류의 이야기를 까는 걸로 인터넷에서 반향을 얻었는데, 지나치게 꼰대적이란 반감도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은 "영웅주의를 혐오한다"는 것을 인터뷰나 저서에서 많이 강조한다.
어쨌든 이때쯤 방송에 계속 출연하면서 "혼자 먹는 밥은 밥이 아니라 사료" 등의 막말을 계속 쏟아냈다. "결혼의 잣대가 더러운 거잖아요. 결혼의 논리는 독점과 소유의 문제고, 자기 혈통을 보존하겠다는 논리거든요. 사랑은 소유와 반대되는 논리라고요. 내가 배고파도 음식을 주고, 서로서로 상대방의 욕망에 맞추려고 하고, 내 것을 내려놓는 과정이라고요."라는 말도 많은 사람들을 깨게 했다.
노숙인에 대한 발언
2012년 4월 중앙일보에 기고한 ‘수치심은 정신이 살아있다는 증거’라는 제목의 글이 2014년 이후 새롭게 주목을 받았다. 이 글은 강신주의 신간(<감정수업>, 민음사, 2013)에도 그대로 실려 있어서 주목을 받은 것인데, 거기서 강신주는 서울역에 있는 노숙인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죽어 있”는 “강시 혹은 좀비처럼 보인다”고 하였다. 왜냐하면 노숙인들은 “서울역을 지나다니는 일반 시민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의 처지를 의식하는 일도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강신주는 “자존심을 느낀다면 어떻게 노숙자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라고 질문하면서 “어떻게 해야 노숙자를 하나의 인격자로 깨울 수 있을까? 아니, 어느 순간 노숙자는 자존심을 가진 인간으로 부활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했다. 이 발언은 인터넷 공간에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페미니즘 수준 발언
<철학 VS 철학> 개정판을 출간한 16년 9월 7일 인터파크 북DB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자가 ‘1500페이지 분량의 책에서 여성 철학자는 한나 아렌트 한 명뿐’이라고 지적하자, 수준이 떨어져서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페미니즘은 여성적인 입장을 다루나, 아직 인간 보편까지는 수준이 안 올라갔다"며 "그래서 항상 배타적이고 공격적이다. 그 정도 가지곤 안 된다"고 했다. 또 "어떤 사람이 있는데 그가 여성이며, 음악을 좋아하고, 음식을 잘한다는 등의 특징을 전체로서 봐야 인문주의 시선이 생긴다. 그런데 ‘여성', ‘남성'이라는 이유로 들어가면 파시즘적 담론인 거다"그리고 "그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친일파라는 이유로, 일본 사람이라는 이유로 비판하는 것과 같다"이라고 덧붙였다.
공룡과 냉장고 발언
2013년 7월 경향신문에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는 괴물, 냉장고라는 칼럼을 개제하고 해당 논리를 힐링캠프에 출연해서 반복했다가 상당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본문을 읽다보면 '애써 잡은 공룡'이라는 표현이 보인다. (고생물학적으로는 틀린 표현인 건 비유법이라 치고 넘어가더라도) 옛날엔 냉장고가 없어서 음식이 빨리 부패해 장시간 보관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듯 하지만, 냉장고가 만들어지기 전에도 이미 사람들은 소금에 절이거나 말리거나 발효시키는 방법 등으로 음식을 장시간 보관하면서 먹어 왔다. 논리적인 부분 이외에도 냉장고만 없으면 사람들이 다 음식을 나눠먹을 것이니 자본주의가 붕괴할 것이라는 억지 주장으로 남들을 깨우치려는 듯한 과격한 문체도 무리수라는 반응이다. 다만 이후에 강연에서 해당 논란을 언급하며 자신의 요지는 자본주의에서 강조하는 소유와 탐욕을 비판하려는 것이었다고 밝혔으며 당연히 자신도 냉장고 없이 살라면 살 수 없다고 했다.
여러모로 강신주가 스타 철학자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다가 벌어졌을 때의 일이라서 후폭풍도 컸는데, 강신주 본인도 2~3미터 파도 정도를 예상했는데 20~30미터 파도에 직면했다고 당혹스러워했다. 대개 철학자의 발언은 인터넷판이나 정치논객들의 공박 대상이 되기 마련이고, 실제로 이글루스와 트위터를 비롯해서 인터넷 상에서의 논쟁도 뜨거웠으나 일상생활에서 없어선 안될 냉장고를 공격한 덕분에 주부들의 공분이 거세서 엄청나게 욕을 먹었고 언론에서도 당시 강신주가 "뭇매를 맞았다," "홍역을 치렀다"고 표현했다. 여러모로 21세기판 괴토실설의 재현.
영화 어벤져스 비난성 막말 논란
2015년에는 어벤져스를 보는 것은 술집에서 여자랑 노는 것과 같다는 말을 해서 많은 이들의 반발을 샀다. 덧글을 보면 알겠지만 저 어벤져스 인터뷰를 접한 이들 대부분은 아연해하는 반응이다. 냉장고 칼럼의 경우 각종 블로그나 SNS 등지에서 논쟁을 일으켰지만,
무신론자여야 인문학자가 될 수 있다 자격 주장
이어령의 편을 든다는 건 우리가 보수화됐다는 거예요. 이어령의 보수성은 기독교로 넘어간 데서도 알 수 있어요.
인문학자가 어떻게 종교를 가져요? 인문학자는 고통의 폭이 더 넓어야 다른 사람들을 포괄할 수 있는데, 그만큼 고통스럽기 전에 교회에 가는 거예요. 그럼 안 돼요.
인문학자는 신을 믿는 순간 글을 쓰면 안 돼요. 왜냐하면 신에게 구원받고 위로받기 이전에 겪어야 될 고통들이 있거든요. 바닥까지 더 가야 해요. 갈 수 있는 데까지 가서 작품이 나와야죠. 어느 정도 갔다가 교회 가는 사람들은 편한 길을 가려는 거예요.
이어령을 비판하면서 자신만의 논리로 인문학자의 자격을 주장했다."종교인은 보수적이다. 그리고 종교인이 되는것은 고통을 외면하고 편한길을 가려 한다. 따라서 글을 쓰면 안 된다."라는 주장인데, 실존하는 영미와 유럽의 수많은 인문학자들을 불성립하는 존재로 간주하는 오류는 그렇다 치고 논리 구조 자체가 비약이 심하고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논증이 지나치게 허접하다.인문학자로서의 바람직한 '자세'를 그 '조건'과 동일시하는 것은 논리적 오류다.
저서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2003.09.27)
노자: 국가의 발견과 제국의 형이상학 (2004.04.21)
장자의 철학 (2004.08.30)
동양의 고전을 읽는다 (2006.07.18)
스승 이통과의 만남의 대화 (2006.08.31)
철학 삶을 만나다 (2006.09.28)
생각하고 토론하는 중국 철학 이야기 1 (2006.11.20)
회남자 & 황제내경 (2007.03.20)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2007.08.10)
대한민국 청소년에게 (2008.08.25)
과학이 나를 부른다 (2008.11.14)
상처받지 않을 권리 (2009.06.30)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2010.02.05)
철학 vs 철학 (2010.02.25 / 2016.08.10(개정판) 이 양반이 왜 철학박사인지 모르겠다면 읽어보자
철학이 필요한 시간 (2011.02.15)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2011.09.30)
철학의 시대 (2011.11.03)
제자백가의 귀환 시리즈 1: 철학의 시대 (2011.11.07)
제자백가의 귀환 시리즈 2: 관중과 공자 (2011.11.07)
김수영을 위하여[ (2012.04.23)
장자&노자 (2013.04.11)
공자&맹자 (2013.04.11)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인터뷰 : 지승호) (2013.05.13)
철학자, 철학을 말하다 (2013.06.12)
강신주의 감정수업 (2013.11.20)
강신주의 다상담 1-3 (2014.01.20)
망각과 자유: 장자 읽기의 즐거움 (2014.04.01)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무문관, 나와 마주 서는 48개의 질문 (2014.06.30)
씨네샹떼(Ciné Chanté)(비평가 이상용과 공저) (2015.04.20)
비상경보기 (2016.03.10)
철학 vs 실천(강신주의 역사철학 정치철학 강의 1) (2020.06.10)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2020.07.16)
구경꾼 vs 주체(강신주의 역사철학 정치철학 강의 3) (2020.09.25)
바람이 분다, 살아야 겠다 철학자 강신주 생각과 말들(인터뷰 : 지승호) (2022.03.05)
강신주의 장자수업 1-2(EBS 클래스E 강연) (2023.10.20.)
시인 김수영을 아버지로 삼는 공대출신 철학자
“삶을 심화시켜야 한다. 죽을 때까지. 아직도 모자르다. 마치 부력이 있어서 물속에서 떠오르는 것처럼 그걸 이기고 계속 내려가려 한다. 바닥에 더 깊게. 내 바닥까지 계속.”
철학자 강신주(45)는 글에 삶의 깊이를 투영시킨다. 그는 자신만의 삶을 살아내게 하는 데 철학의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철학이라는 밧줄을 타고 ‘삶의 탄탄한 바닥’에 이르러 그가 찾고자 하는 것은 ‘강신주다움’이다. “나의 궁극적인 목적은 나니까 쓸 수 있는 표현과 말을 찾는 것입니다. 모든 삶이나 글에서 ‘강신주’적이 되는 것입니다.”
강신주는 요즘 인문출판계에서 가장 ‘핫’한 저자로 꼽힌다. 지난해 2월 출간된 <철학이 필요한 시간>(사계절)은 6만부가 팔리며 철학책으로는 보기 드문 성공을 거뒀다. 그는 이 책에서 ‘고통을 치유하는 인문정신’을 담았다. 진통제를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메스를 들이대고 상처를 치유하려’ 한다. 현장철학자라고도 불리는 그는 저술과 함께 대중강연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조건형 사계절 인문팀장은 “요즘 인문출판사에서는 강신주가 대안이다라고 생각한다”며 “출판사들이 그의 책을 만들려고 많이 줄서 있고 편집자들 한두 명은 강연을 따라다닐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서울 신문로 연구실에서 만난 강신주는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오전은 원래 그에게 취침시간이다. 정돈되지 않은 그의 서재엔 책이 넘어질듯 위태롭게 쌓여 있었다. 그는 보통 강연을 마치고 자정 무렵 들어와서 새벽 4~5시까지 글을 쓰다 세검정의 집에 가서 잠을 잔다. 지방에 강연을 가야 할 땐 그는 ‘야전생활’로 돌입한다. 집 대신 연구실에서 한두 시간 눈을 붙인다.
강신주는 독자들이 자신의 책에 호응하는 이유로 경험을 공유하는 데서 오는 공명을 들었다. “억압을 느껴본 사람이 억압에 대해 이야기했던 책들을 읽고 제대로 사랑을 해봤던 사람에게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읽히는 것입니다.” 객관성을 표방하거나 진리라고 말하지 않아도 보편성을 얻는 게 공명이라고 한다. 쉽게 풀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강신주라는 사람의 ‘삶에 걸러서 나오는’ 철학이다. 경험을 거친 담론의 강력함이다. 그는 힘든 경험,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우회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는 데 자신의 덕목이 있다고 한다. 그는 “어부가 배를 타고가다 파도를 만나면서 용기가 생기는 것처럼 고통에 직면하면 용기가 생긴다. 고통에 직면해야 삶이 심화되고 세상을 보는 안목이 열린다”고 말한다.
그는 온실 속의 인문학자들이 많다고 말한다. “유리창 바깥에는 폭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여기 이 안에 스팀을 틀어놓고 아무리 기술한다고 거기에 리얼리티가 있을까요? 유리창을 깨고 못깨고의 차이입니다.” 고통에 직면하지 않고서는 삶의 피상성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이론과 실천의 두 다리에서 이론만 앞서간 나머지 결국 바닥에 눌러붙는다는 것이다.
공대 출신의 그가 석사와 박사과정을 철학으로 마친 데는 1980년대라는 시대상황이 놓여 있다. 그는 대학시절 전공서보다 인문사회책을 탐독했다. 세상을 한번에 보겠다는 오만함,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을 정복하겠다는 호승심과 지적 허영심도 있었다. 그렇게 20년간 철학을 공부하면서 그는 인문학의 목적이 “나만이 쓸 수 있는 표현과 말을 찾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각자가 자기 목소리를 낼 때야 민주주의가 완성된다는 점에서 인문학의 궁극 목적은 민주주의라고도 했다.
그는 글쓰기에서 첫 문장, 첫 문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첫 문장에서 프로인지 아닌지, 즉 흉내내지 않고 자기만의 문체를 갖춘 사람인지 아닌지가 결정됩니다.” 그는 첫 문장을 잘 쓰려면 글이 안 써진다고 물러나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그는 첫 문단을 쓰기 위해 13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떨어지지 않은 적도 있다. 또 술을 마시든 무엇을 하든 하루에 A4 한 장 분량의 글은 반드시 쓴다. 그의 글쓰기 지론 중 하나는 “몸상태가 최악일 때의 퀄리티가 저자의 퀄리티”라는 것. 그는 글을 쓸 때마다 바닥의 수준, 최악의 수준을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강연에서 종종 ‘책을 잘 읽는 법’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 그의 답은 ‘배설’이다. 사람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 글을 쓰면 언젠가는 자기가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는 걸 알고 책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비워냄이 없다면 책을 많이 읽어도 자기만의 생각을 갖기 어렵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에 몇 권의 단행본을 냈다. 한창 배설하는 때이다. 1000쪽에 육박하는 <철학 VS 철학>과 출간을 앞둔 <김수영, 한국 인문학의 중심>(가제)을 써내면서 자신도 다시 ‘채울’ 준비를 마쳤다.
철학자 강신주의 삶의 잣대는 시인 김수영이다. 김수영이 당대 문인들에게 뱉은 ‘지금 문단은 언어의 고통 이전의 고통이 부족하다’는 일갈은 자신에게도 그대로 적용돼 ‘언어 이전의 삶의 심화’를 얼마나 충실히 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고 한다. 상처와 치부를 감추지 않는 정직함을 인문정신의 핵심이라고 가르친 것도 김수영이다. 그는 힘들게 마친 책으로 앞의 <철학 VS 철학>과 <김수영…>을 들었다. <철학 VS 철학>은 하루 8시간씩 5개월 가까이 작업을 하면서 느낀 육체적인 고통이 컸다.
김수영은 조금 특별하다. 김수영이 타계한 날인 6월16일은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기도 하다. 그는 육체적인 아버지를 떠나보내면서 정신적인 아버지를 떠나보내기 위해 김수영론을 썼다. 책의 에필로그를 쓰면서 억눌러왔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터졌다고 한다.
그가 씨름하고 있는 작업은 ‘제자백가의 귀환’이다. 진한 제국 이후 망각되거나 은폐된 제자백가 사상의 진보성, 인문정신을 복원시키자는 취지이다. 50세 전에 완성하는 게 목표다. 전체 12권 가운데 현재 2권까지 나왔다. 계획을 묻자 그는 “인생이란 계획이 없다”는 말로 답한다.
그의 e메일 아이디인 ‘contingent’는 우연성을 뜻한다. 그는 우연성의 마주침, 즉 새로운 책과 사람과의 만남이 만들어낼 삶의 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고 한다. 그는 단지 “하나의 정신과 태도만 있다. 인문정신을 포기하지 않고 내가 나의 목소리를 내고 강신주적인 것을 찾듯이 내가 만나는 독자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게 내 글쓰기의 보람이자 목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