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하는 새
황지우
새는
자기의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자기가 앉은 가지에
자기가 남긴 체중이 잠시 흔들릴 뿐
새는
자기가 앉은 자리에
자기의 투영이 없다.
새가 날아간 공기 속에도
새의 동체가 통과한 기척이 없다.
과거가 없는 탓일까.
새는 냄새나는
자기의 체취도 없다.
울어도 눈물 한 방울 없고
영영 빈 몸으로 빈털터리로 빈 몸뚱아리 하나로
그러나 막강한 풍속을 거슬러 갈 줄 안다.
생후(生後)의 거센 바람 속으로
갈망하며 꿈꾸는 눈으로
바람 속 내일의 숲을 꿰뚫어본다.
개관
- 주제 : 세속적인 가치에 연연하지 않는 미래지향적인 삶에 대한 의지
- 성격 : 상징적, 미래지향적, 달관적, 주지적
- 특성 ① 부정적 의미의 서술어를 반복하여 새의 속성을 강조함.
② 새의 외면에서 새의 내면으로 화자의 시선이 이동됨.
③ 제목은 이 시의 주제의식과 시적 대상을 파악하는 실마리를 제공함.
④ 화자가 중시하는 가치를 대상에 투영하여 형상화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새 → 집착과 욕망을 초월한 존재
* 자기의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자기의 투영이 없다. 새의 동체가 통과한 기척이 없다. 자기의 체취도 없다. → '않다'와 '없다' 등의 부정적 서술어의 반복을 통해 인간과는 대조적인 새의 속성(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려 애쓰지 않음)을 강조함.
* 체취 → '삶의 흔적'을 의미함. 인간은 욕망과 고뇌, 집착 때문에 체취를 남김.
* 빈 몸으로 ~ 빈 몸뚱아리 하나로 → 동어 반복을 통해 운율감을 형성함.
* 그러나 막강한 풍속을 거슬러 갈 줄 안다. → 새는 무욕적 존재이기는 하나 시련과 맞서 싸울 줄 아는 존재임.
* 거센 바람 → 고난, 시련, 역경을 의미함. 극복의 대상임.
* 내일의 숲 → 희망찬 미래를 상징함.
시상의 흐름(짜임)
- 1 ~ 4행 : 자신의 자취를 남기지 않는 새
- 5 ~12행 : 지나간 흔적이 없는 새
- 13~15행 : 무소유로 바람을 거스르는 새
- 16~18행 : 내일의 숲을 꿰뚫어보는 새
이해와 감상
황지우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새'는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의 자세를 갖춘 존재로서, 인간이 본받아야 하는 모델로 제시되곤 한다. 이 시에서 언급하는 새는 자기의 '자취'와 '투영', '기척'과 '체취'로 나타나는 그 어떠한 세속적 가치도 거부하는 모습을 굳건히 지킨다. 급기야 '눈물 한 방울'조차도 소유하지 않는 초월한 모습으로 오직 내일의 희망을 갈망하는 밝은 눈만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화자는 새를 이상적인 삶의 자세를 지닌 존재로 여기며, 자신 또한 세속적 가치에 연연해하지 않으며 미래 지향적인 삶을 살고자 한다. 작가가 현실적 삶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삶에 대한 회의와 절망, 그리고 피곤하고 역겨운 현실을 탈피하여 좀 더 바람직하고 인간다운 삶을 희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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