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고전문학

동명왕 신화(설화)

Jobs9 2021. 4. 2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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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왕(東明王)


 국사인 고려 본기(本紀)에 말했다. 

 시조 동명성제의 성은 고씨요 휘(諱)는 주몽이니 이보다 앞서 북부여와 해부루가 이미 동부여로 피해 가고 부루가 죽자 금와(金蛙)가 왕위를 이었다. 이때 금와는 태백산 남쪽 우발수(優渤水)에서 한 여자를 만나 물으니, 대답하여, “나는 본시 하백(河伯)의 딸로 이름은 유화(柳花)인데 여러 아우들과 나와 놀고 있을 때에 한 남자가 나타나 자기는 천제의 아들 해모수(解慕漱)라 하고 나를 웅신산(熊神山) 밑 압록강가의 집 속으로 유인하여 남몰래 정을 통하고 가버린 뒤 돌아오지 않으므로---단군기에는 단군이 서하의 하백의 딸과 친하여 아들을 낳아 부루라 이름하였다 하였는데 지금 이 기록을 상고해 보면 해모수가 하백의 딸과 정을 통해서 후에 주몽을 낳았다고 했다. 단군기에는 아들을 낳아 부루라 했다 했으니 부루와 주몽을 배다른 형제일 것이다.---, 부모는 내가 중매 없이 혼인한 것을 꾸짖어서 이곳으로 귀양보낸 것이라 했다. 금와는 이상하게 여겨 그녀를 방 속에 가두어 두었더니 햇빛이 방 속을 비쳤다. 그녀가 몸을 피하자 햇빛은 다시 쫓아와 비쳤다. 이로 인해서 태기가 있어 알 하나를 낳으니 그 크기가 닷되들이 말(斗)만 했다. 

 왕은 그것을 버려 개와 돼지에게 주니 모두 먹지 않고 또 길에 버리니 소와 말이 그것을 피해 가고, 들에 내다 버리니 새와 짐승이 덮어 주었다. 왕이 그것을 쪼개 보려 했으나, 쪼갤 수가 없어 그 어미에게 돌려주었다. 어머니는 이 알을 천으로 싸서 따뜻한 곳에 놓아두니 한 아이가 껍질을 깨고 나왔는데 골격과 외모가 영특하고 기이하였다. 나이 겨우 일곱 살에 기골(氣骨)이 뛰어나서 범인(凡人)과 달랐다. 스스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 백 번을 쏘면 백 번 다 맞추었다. 

 그 나라의 풍속에는 활을 잘 쏘는 사람을 주몽이라 하였는데 이런 연유로 해서 그는 주몽이란 이름을 얻었다. 

 금와에게 아들 일곱이 있어 항상 주몽과 더불어 놀았는데 기능이 따르지 못하였다. 

 장자(長子) 대소(帶素)가 왕에게 말하기를 “주몽은 사람이 나은 자식이 아니니 일찍 없애지 않으면 후환이 두렵습니다.” 했다. 왕은 말을 듣지 않고 주몽으로 하여금 말을 기르게 하였다. 주몽은 좋은 말을 알아 보고 적게  먹게 하여 여위게 하고 둔한 말은 잘 먹여 살찌게 하였다. 왕은 살찐 말은 자기가 타고 여윈 말은 주몽에게 주었다. 

 왕의 여러 아들과 신하들이 장차 주몽을 죽이려고 꾀하니 주몽의 어머니가 이를 알고 주몽에게 말하기를 “나라 안 사람이 장차 너를 죽이려고 하니 너의 재주와 지략으로 어디간들 못살겠느냐. 빨리 도망가거라.” 했다. 이에 주몽은 오이(烏伊) 등 세 사람을 벗으로 삼아 엄수(淹水)---지금 자세치 않다---에 이르러 강물을 보고 말하기를 “나는 천제(天帝)의 아들이며 하백의 손자다. 오늘 도망가는데 뒤쫓는 자들이 거의 따라오게 되었으니 어찌허면 좋을꼬” 했다. 이때에 고기와 자라가 다리를 만들어 주어 건너게 한 다음 흩어지니 추격하던 기마병은 건너지를 못하였다. 주몽은 졸본주(현도군의 경계)에 이르러 도읍을 정하였으나 미처 궁실을 지을 겨를이 없어 다만 집을 비류수(沸流水) 위에 지어 거기에 기거하면서 국호를 고구려라고 하였고 인하여 고(高)로서 성을 삼았다.---본성은 해(解)였는데 지금 자기가 천제의 아들로 햇볕을 받고 낳다 하여 스스로 고로서 성을 삼았다---. 이때 나이가 12세였는데 한 나라 효원제(孝元帝) 건소(建昭) 2년 갑신(甲申)에 즉위하여 왕이라 칭하였다. 고구려가 가장 융성하던 때는 21만 508호나 되었다. 
【출전】󰡔삼국유사󰡕 권1 ‘고구려’,이규보의 서사시‘동명왕편’


  어휘풀이
* 해부루: 북부여를 세운 해모수의 아들
* 금와: 해부루의 아들
* 태백산: 여기서는 백두산을 이름
* 하백: 황하의 신으로 곧 물을 맡은 신
* 해모수: 북부여를 세운 사람
* 웅신산: 일설에 ‘고마괴’, 곧 개마산. 백두산이 일명 개마산이므로 백두산의 별칭으로 보기도 함
* 모략: 지모(智謀)와 방략(方略)
* 엄수(淹水): <동명왕편>에는 엄체수(淹滯水)로, 이규보의 주석에는 일명 ‘개사수(蓋斯水)’이며, 지금의  압록강 동북쪽에 있다고 함
* 졸본주: 현토군(玄兎郡). 한사군(漢四郡)의 하나


  핵심정리
* 갈래: 신화(서사)
* 성격: 건국 신화(개국 신화), 시조신화
* 표현: 간결하고 소박함.
* 내용: 동명왕의 신이한 탄생 및 고구려 건국의 경위
* 짜임: 4단 구성 
    기-해모수와 유화의 만남
    승-주몽의 탄생과 성장
    전-주몽의 비범성과 영웅성
    결-고구려의 건국
* 문체: 역어체
* 구성: 설화적 구성
* 주제: 고구려의 건국 과정
* 출전: <삼국유사> 권1
* 의의: ① 우리 나라의 신화 중 높은 문학성을 가지고 있다.
       ② 여러 가지 원초적인 신화소(神話素)를 가지고 있다.
       ③ 영웅의 일대기는 후대 서사문학에 영향을 주었다. 


  다른 작품과의 관련성
 이 신화는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서사무가(敍事巫歌)인 「당금애기」라는 것과 관련이 있다. 즉, 유화가 해모수를 만나 주몽을 잉태한 과정과 그 다음의 고난을 변형된 모습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 무가의 내용은 <부록>의 「제석본풀이」를 참조하기 바란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왕충(王充)의 󰡔논형(論衡)󰡕에 전하는 북이(北夷) 탁리국 출신 동명(東明)의 이야기와 관련이 있다. 


  소재의 상징성
 이 신화에 등장하는 소재 중에 우리가 주목하여야 할 것은 말[馬]이다. 일반적으로 말은 제왕 출현의 징표로서 태양과 관련되어 있다. 서양에서는 말이 태양을 이끈다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특히 흰말은 순결과 광명을 나타냄으로써 신성함, 위대함, 길함 등의 관념을 지니고 있다. 신화에서 나타난 말은 위인의 탄생을 예고하기도 하며, 위업을 달성하거나 출세를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주인에게 절대적 충성을 바치거나 영혼의 운반자로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 속신으로 믿는 사주책에는 말띠해에 태어난 사람은 웅변력과 추진력이 강하며, 매사에 적극적이라고 하였다. 이런 말은 후대에 오면서 차차 흉조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해설 1
 문헌설화인 고려시대의 주몽신화는 5세기 장수왕이 세운  󰡔광개토대왕릉비󰡕에도 기록되어 있으며, <󰡔삼국사기(三國史記)󰡕 권 제13, 고구려본기 시조 동명성왕(東明聖王)>에 전하는 것을 비롯하여 󰡔제왕운기(帝王韻紀)󰡕,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실려 있고, 조선시대에 오면 󰡔세종실록지리지󰡕를 비롯하여 각종 문헌에도 기록되어 있다. 이 중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의,기록은 대동소이하고, 󰡔제왕운기󰡕의 기록은 너무 축약과 생략이 심하여 지금까지 알려진 것 가운데 가장 확실한 자료는 󰡔동국이상국집󰡕에 실린 자료이다. 󰡔세종실록지리지󰡕의 내용은 󰡔동국이상국집󰡕의 내용과 유사하다. 이에 대하여는 다음 장에서 살필 것이다. 이런 자료들을 검토하는 이유는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신화라고 하는 것이 우리 민족이 걸어온 문화사적(文化史的) 경험 내용이기 때문이다. 

 동명왕신화는 고구려의 건국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고구려인들은 자신들의 시조인 동명왕을 하늘과 물의 도움을 받아 탄생한 위대한 인물로 생각하였다. 그러한 선조를 가진 자신들도 따라서 위대한 사람들의 후예라는 자긍심(自矜心)과 민족적 일체감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동명왕이 건국하기가지 고난을 생각하며 자신들도 현재의 고난을 이겨내고자 하였다. 󰡔광개토대왕릉비󰡕에서도 광개토왕의 치적을 말하기 전에 주몽신화부터 기술하여 고구려의 신화적 영광을 자랑하였다. 그리고 고구려가 망했을 때는 동명왕모(東明王母)의 (소상(塑像-흙으로 만든 사람의 상)이 사흘 동안 피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고구려인과 주몽신화의 연관은 이처럼 강하다. 우리는 신화의 힘을 여기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신화는 일반적을 호탕하고 배경이 크고 사건이 복잡한 북방계 신화와 온화하고 단조로운 남방계 신화로 나뉘는데, 이 신화는 북방계 신화에 속한다. 스케일이 크고 북방신화의 천강(天降)과 남방신화의 난생(卵生)을 아울러 갖추고 있다. 그런데 북방신화 중에서도 이 주몽신화는 소위 ‘영웅의 일생’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해모수에서 유리에 이르는 삼대에 걸친 이야기는 시련을 극복하고 승리의 영광을 차지하는 과정에 대한 상상과 상징으로 여러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런 것이 소위 ‘영웅의 일생’으로 유형화되는 것이다. 영웅은 영웅적 행동을 하는 인물이므로 일반인과는 구별되는 존재이다. 따라서 일반인들의 출생이나 활동과는 다른 특이한 모습들이 나타난다. 그러한 영웅의 생애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① 고귀한 혈통을 가진다. ② 비정상적인 출생을 한다. ③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④ 버림을 받아 고생한다. ⑤ 보호자가 나타나 양육한다. ⑥ 성장 후 위기를 맞는다. ⑦ 위기를 극복하고 위대한 승리를 한다 등의 7가지이다. 이 중에서 서로 중복되기도 하고 또는 탈락의 요소가 있을 수 있지만 영웅이라는 점에서 위대한 승리는 반드시 나타난다. 

 동명왕의 부계(父系)는 하느님과 연관되며 모계(母系)는 바다의 신과 연결되는 고귀한 혈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정상적인 인간으로 태어나지 못하고 알로 태어나는 것은 비정상적인 출생이라고 할 수 있다. 7세에 활과 화살을 만들어 쏘면 백발백중한다는 것은 동명왕의 탁월한 능력을 드러낸다. 활과 화살은 고대의 신화에서 대체로 군주를 상징하는 것이므로 동명왕이 후일 왕이 될 것이라는 예시이기도 하다. 금와왕의 아들과 군사들이 동명왕을 해치기 위해 뒤쫓는 것은 성장 후의 위기이며 고기와 자라들이 놓아주는 다리를 건너 고구려를 건국하는 것은 위대한 승리를 말해주는 것이다. 

 이 신화는 󰡔삼국유사󰡕에 나와 있는 「북부여(北夫餘)」, 「동부여(東夫餘)」의 이야기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참고적으로 󰡔삼국유사󰡕의 내용을 소개한다.


▶ 북부여
 북부여 고기(古記)에 말하기를, 「전한(前漢) 선제(先帝) 신작(神爵) 3년 임술(前 58) 4월 8일에 천제(天帝)가 흘승골성(訖升骨城-지명)에 내려와서 오룡거(五龍車- 천자가 타는 수레)를 타고 도읍을 정하고서 왕이라 일컬었다. 나라 이름을 북부여라 하고, 스스로 이름을 해모수(解慕漱)라 했다. 아들을 낳아 이름을 부루(夫婁)라 하고, 씨(氏)를 해(解)라 했다. 왕은 뒤에 상제(上帝)의 명령으로 도읍을 동부여로 옮겼다. 동명제(東明帝)는 북부여를 계승하여 일어나서 졸본주에 도읍을 정하고 졸본부여가 되었으니 이것이 곧 고구려의 시조이다.」했다. 


▶ 동부여
 북부여의 왕인 해부루의 정승 아란불(阿蘭弗)이 꿈을 꾸니, 천제가 내려와서 말하기를, “장차 내 자손을 시켜서 여기에 나라를 세울 것이니, 너는 딴 곳으로 피하도록 하라. 동해 가에 가섭원이라는 곳이 있어, 땅이 기름지니 도읍을 세울 만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에 아란불은 왕을 권해서 그곳으로 도읍을 옮기고 국호를 동부여라고 했다. 부루는 늙도록 아들이 없었다. 어느 날 산천에 제사를 올려 아들을 구했더니, 타고 가던 말이 곤연(鯤淵)에 이르러 큰 돌을 보고는 그 돌을 향하여 눈물을 흘린다. 왕은 이상히 여겨 사람을 시켜서 그 돌을 굴리고 보니 어린애 하나가 있는데 금빛을 한 개구리 모양이었다. 왕은 기뻐하여 말하기를, “이것은 곧 하늘이 나에게 자식을 주시는 것이로다.”하고, 그 어린애를 거두어다가 기르고 이름을 금와(金蛙)라 했다. 그가 자라자 태자를 삼았더니, 부루가 죽은 뒤에 금와가 왕위를 이어 왕이 되고, 그 다음으로는 태자 대소(帶素)에게 왕위를 전했다. 지황(地皇) 3년 임오에 이르러 고구려왕 무휼(無恤- 대무신왕)이 이를 쳐서 왕 대소를 죽이니 이로부터 나라가 없어졌다.


  해설 2
 신화는 구비 문학 가운데 전설, 민담과 함께 서사 문학에 속하며, 전승자들이 신성시하는 이야기로서, 국가적 차원의 제의 형식에 따른 서사적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신화 속에는 고대인들의 세계관, 자연관, 우주관 등이 담겨져 있으며, 이를 통해 현대인들에게까지 이어지는 인류의 보편적이고 원초적인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주제에 있어서는 인간 세계에 대한 신들의 관심, 그로부터 나타나는 현세주의(現世主義)적 세계관 등이 두드러진다. 이 작품은 고주몽이라는 영웅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고구려를 건국하게 되었는가를 다룬 건국 신화이다. 그러기에 영웅의 일대기가 서술의 초점이 된다. 또한, 이 글은 주인공이 알에서 태어나는 ‘난생 신화(卵生神話)’에 해당되며, 이른바 ‘어별성교(魚鼈成橋)’의 유명한 모티프도 포함되어 있다. 내용상 서사적 폭이 광대하고 갈등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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