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고전문학

남시보(南時甫)에 답함, 이 황(李滉)

Jobs9 2021. 4. 2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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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시보(南時甫)에 답함   
                                                          이 황(李滉)

 
 학문은 오로지 벗 사이에서 갈고 닦는 힘에 의지하는 것인데, 우리 마을의 선비로서 뜻 있는 사람들은 대개가 다른 일 때문에 이 일에 전심(專心)하지 못하여, 경계되고 유익됨이 자못 적습니다. 산중에 홀로 앉아 있으려니까 날로 무디어지고 침체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전날 서울에서 함께 만나 즐기던 즐거움을 매양 생각하지만, 또다시 바른 사람을 만나지 못함은, 나의 경우 역시 주신 편지에 말한 것과 같습니다.

 특히 이제까지 강학(講學)한 것은 거의가 망연(茫然)하고 한만(汗漫)한 지경에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요즈음 회암(晦菴)의 글을 읽으며 친절한 뜻을 엿보고서야, 비로소 전날의 그것이 잘못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체로 이(理)는 일상 생활 속 어디에나 있는 것입니다. 동작 중에도, 쉬는 중에도 있고, 말하거나 묵묵히 있거나, 이륜(彛倫)에 따라 응접(應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범하고 실제적이며, 명백하게 있습니다. 세미(細微)한 곡절(曲折)의 경우에도,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그렇지 않은 게 없습니다. 눈앞에 드러나 있으면서, 또한 아무 조짐(兆朕)도 없는 데로 묘하게 들어갑니다.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이것을 버리고 성급히 고원(高遠) 심대(深大)한 것을 일삼아, 지름길에서 재빨리 손쉽게 얻으려 하지만, 이는 자공(子貢)도 하지 못한 것인데 우리가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한갓 수고로움만 있을 뿐 실행하는 데 있어서는 망연히 의거할 실속이 없습니다. 연평(延平)이 “이 도리는 순전히 일상 생활 속에 있다.”고 하였는데, 뜻 깊은 말입니다.
                    <‘자성록(自省錄)’에서, 윤사순(尹絲淳) 역>

  어휘풀이
* 남시보: 남언경, 서경덕의 문인
* 강학: 학문을 강구(講究)함
* 망연: 멀고 아득함
* 한만: 등한시 함
* 회암: 중국 송나라 때 철학을 집대성한 유학자(1130-1200)
* 이륜: 인륜, 떳떳이 지켜 나가는 인간의 도리
* 세미: 매우 가늘고 작은
* 곡절: 자세한 사연이나 까닭
* 자공: 위나라의 유가(儒家)로 성은 단목(端木) 이름은 사(賜), 공자의 제자로 십철(十哲)의 한 사람
* 연평: 중국 송의 이동(李洞)의 호, 주희의 선생
 

  핵심 정리
* 연대: 조선 명종 13년(1588)
* 문체: 서간체
* 표현: 설명적, 분석적
* 소재: 학문
* 주제: 학문에 임하는 퇴계의 자세


  해설 1
 서경덕의 제자였던 남언경은 스승의 의견에 동조하여 우주의 본질과 현상을 모두 기(氣)로서 설명, 기의 영원성을 주장하고, 이(理)는 기를 초월할 수도 없고 초월의 실재성(實在性)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래서 기는 유한하고 이는 무한하다는 이황의 주장은 반박하게 된다. 서경덕과 남언경의 주장을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이라고 한다면, 이황의 주장은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이다. 그들의 상호 학문적 논쟁은 당연한 일로써 이 두 사람은 편지를 통해 학문에 대한 토론과 논쟁을 벌였다.

 편지는 두 사람간의 대화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안부를 묻고, 자신의 근황(近況)을 알리고 사연(事緣)을 말한다. 이러한 서신의 왕래는 단지 정보 전달의 기능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간 관계의 유지이고, 이를 위한 인정의 나눔이다. 따라서, 편지 속에는 편지를 쓰는 사람의 감정과 인품, 그리고 훈훈한 인정이 잘 드러난다. 이 편지는 학문적으로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 학문적 토론과 대립도 인간 관계의 유지를 위한 인정을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핵설 2
이 편지는 조선 명종 13년, 무오년에 퇴계가 시보(시보) 남언경에게 보낸 서신의 별지로서, 학문에 임하는 퇴계의 성실한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 

서경덕의 제자였던 남언경은 스승의 의견에 동조하여 우주의 본질과 현상을 모두 기(氣)로서 설명, 기의 영원성을 주장하고, 이(理)는 기를 초월할 수도 없고 초월의 실재성(實在性)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래서 기는 유한하고 이는 무한하다는 이황의 주장은 반박하게 된다. 서경덕과 남언경의 주장을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이라고 한다면, 이황의 주장은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이다. 그들의 상호 학문적 논쟁은 당연한 일로써 이 두 사람은 편지를 통해 학문에 대한 토론과 논쟁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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