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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는 끊임없이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

Jobs 9 2025. 6. 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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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는 끊임없이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

 

 

原壤夷俟. 子曰: “幼而不孫弟, 長而無述焉, 老而不死, 是爲賊.” 以杖叩其脛.

원양이사. 자왈: “유이불손제, 장이무술언, 노이불사, 시위적.” 이장고기경.

 

원양이 걸터앉아 공자를 기다렸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어려서는 공손할 줄 모르더니, 어른이 되어서도 이룬 일이 없구나. 늙어서는 죽지 않으니, 이거 도적일세.” 지팡이로 그의 정강이를 치셨다. -헌문 편

 

원양原壤-노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옛 친구이다. 《예기禮記》 ‘단궁하檀弓下’ 에 보면, 원양이 모친상을 당하자 공자가 관을 짜는 일을 도왔다. 원양이 관목에 걸터앉아 “내가 상을 당하는 바람에 노래를 못 부른 지 오래구나”라며 관목을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너구리의 머리처럼 나무의 결이 곱구나’ 운운하는 가사였다. 공자는 짐짓 못 들은 체 하며 지나갔다. 사람들이 공자에게 원양을 흉보며 “어찌 저런 자와 친교하는가?”라고 물었다. 공자가 대답했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쨌거나 부모는 부모이고, 친구도 친구이다.” 작은 일에 얽매어 의를 끊을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이 고사에서 볼 수 있듯이, 원양은 예법에 구애받지 않는, 세상사를 우습게 여기는, 완세불공玩世不恭의 위인이었다.

 

이사夷俟-번쇄한 고증들이 있으나 여기서 다 열거할 수는 없다. 기본 뜻은 방자하게 두 다리를 벌리고 앉은 모습이다. 옛날에는 두 무릎을 붙이고 앉을 때 다리를 단정히 했는데, 이처럼 두 다리를 벌리고 앉아서 손님을 맞는 것은, 예의에 맞지 않는 불경스러운 행위였다. 

 

“유이불손제幼而不孫弟”는 원양이 젊은 시절에 오만하였고, 장년이 되어서는 무례하였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술述-칭술稱述. 칭찬해 말하다. “장이무술언長而無述焉”은 어른이 되어서도 칭찬해 줄 말이 없다는 것이다. 원양이 장년에 이르기까지 후배를 계도하는 일을 한 게 없음을, 즉 교육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음을 꾸짖은 것이다.

 

적賊-노년의 원양을 가리킨 것이지만 도둑이란 본 뜻은 없다. 덕을 베풀지 못한 것, 직분을 다하지 못한 것, 예법을 퇴폐시킨 따위의 인생태도를 가리킨다. 공자가 친구 원양의 면전에서 대놓고 “노이불사시위적老而不死是爲賊”이라고 한 것은 정색하고 한 질타가 아니라, 친구 사이의 농담에 안타까움을 실어서 한 표현이다. 적지 않은 학자들이 이를 공자가 진심으로 화를 낸 것으로 이해하는데, 이는 옳지 않은 해석이다.

 

고叩-가볍게 두드리다. 경脛-정강이.

 

 

 

(공림孔林으로 들어가는 신도에 서 있는 만고장춘방萬古長春坊. 명나라 때인 1594년 건립. 6개의 기둥으로 된 5칸의 문에 용과 사자 등의 조각이 정교하게 새겨진 기념물이다. 공림은 산둥성 취푸(곡부)에 있는 공자와 그 자손들의 가족무덤지이다. 중국 역대 왕조가 신성시하며 보호한 덕분에 공자 후손이 80여대에 이르는 오늘날까지 잘 보존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규모가 큰 가족묘지이다. 사진=이인우)

  (공림孔林으로 들어가는 신도에 서 있는 만고장춘방萬古長春坊. 명나라 때인 1594년 건립. 6개의 기둥으로 된 5칸의 문에 용과 사자 등의 조각이 정교하게 새겨진 기념물이다. 공림은 산둥성 취푸(곡부)에 있는 공자와 그 자손들의 가족무덤지이다. 중국 역대 왕조가 신성시하며 보호한 덕분에 공자 후손이 80여대에 이르는 오늘날까지 잘 보존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규모가 큰 가족묘지이다. 사진=이인우)

주지는 이러하다. 인생에는 세 단계마다 해야 할 책무가 있으니 사람들은 마땅히 원양을 경계로 삼으라는 취지이다. 일부 학자들이 공자가 원수를 대하듯 미움을 표시한 것으로 이해한 것은 당시 상황을 겉만 이해한 것으로, 본질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해석이다.

 

“長而無述焉”은, 일반적으로 “어른이 되어서도 하나도 이룬 게 없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이는 맞는 해석이지만, 당시 상황은 좀 더 자세한 관찰을 요한다. 오직 첸무(전목錢穆. 1895~1990, 중국사학자) 선생만이 이렇게 말한다. “성인이라면 마땅히 후진교도에 대해 할 말이 있어야 한다.” 즉 이 구의 실제적인 해석은 “연장자가 되었음에도 후배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게 하나 없다.”라는 것이다. 필자의 어리석은 소견으로도 첸무 선생의 이같은 해석이 당시 공자의 어의(語意)를 제대로 간파한 것이라고 본다.

 

사람이 성년에 이르면, 특히 부모가 된 후에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뒤에 오는 사람’들을 건전한 인격의 사람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아버지다와야 한다父父”(안연 편)는 공자 말 속에 그 뜻이 있다. 이와 관련해 공자가 한 말은 《공자가어》(孔子家語)에 비교적 많이 수록돼 있다. 예를 들어, 삼서三恕 편의 “노사기사즉무교老思其死則務敎”(나이가 들어 죽을 때가 되면 걱정하게 되는 것이 가르침이다), “노이무이교老而无以敎, 오치지吾恥之”(나이들어서도 가르칠 게 없다면, 이는 나의 수치이다) 등이 그것이다.

 

공자는 아들 백어伯魚(이름 리鯉)에게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 교도의 책임을 다하고자 하였다. 《공자가어》‘치사’에 보면, 공자가 백어에게 말하기를, “리야, 내가 듣기를, 사람은 종일토록 게으름 피우지 않고 배움에 힘써야 한다.” 그리고 이어서 공부의 필요와 효과에 대해 대강을 말한 뒤 “그러므로 군자는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故君子不可以不學”고 마무리한다. 계씨 편의 “진항문어백어陳亢問於伯魚”, 양화 편의 “자위백어子謂伯魚” 장에도 공자가 백어에게 시와 예를 배울 것을 가르치는 사정이 실려 있다.

 

부모 대 자녀는 인생의 선배 대 후배. 자애만으로는 오래갈 수 없는 법, 반드시 가르침이 더해져야 한다. 크게 4가지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하다. 첫째, 좋은 생활습관을 들여 준다. 둘째, 높은 품덕을 길러준다. 어릴 때부터 선의, 성실, 근검, 용감 같은 덕목의 소중함을 알게 한다. 세 번째는 좌절을 만나서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확한 목표를 수립할 수 있도록 넓은 안목과 포부를 키워준다. 마지막 네번째. 자녀들이 지식을 습득하고 기술을 연마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다. 이것이 바로 “장이유술長而有述”이다.

 

 

 

 

원양은 공자의 옛 친구이다. 어머니가 죽자 관목에 올라앉아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노장老莊의 원조격이다. 원양은 구세救世를 위해 열국을 떠도는 고난을 마다하지 않은 친구와 달리 완세玩世의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세상을 구하는” 일 따위는 헛수고로 비웃었을 것이다. 공자는 그런 죽마고우의 삶이 아쉬웠을까? 마루턱에 삐딱하게 걸터앉은 채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친구의 정강이를 지팡이로 툭 치며 힘겹게 당에 오르는 노년의 공구를 보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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